정보유출 악재에도 상반기 카드사 순익 늘어

중앙일보

입력

 정보유출 사태에도 올 상반기 카드사들의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용카드 회원수가 줄면서 충당금을 덜 쌓거나 영업비용이 줄어들어 이익이 늘어난 것이라 '빛좋은 개살구'란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4일 올 상반기(1~6월) 신용카드사 경영실적으로 발표했다. 이 기간동안 전체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7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463억) 대비 13.5% 증가했다. 이자 수익은 1771억원으로 13.3% 감소했으나 가맹점 수수료 등 카드 수익(8조9201억원)으로 4.1% 증가했다. 특히 삼성카드가 제일모직과 삼성화재 보유지분을 매각해 2091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면서 전체 카드사의 유가증권매매이익(1780억)이 181% 증가했다.

비용 부문에서는 매각채권과 상각채권 감소로 삼성·신한카드를 중심으로 대손이익이 29%(1909억원) 늘었다. 정보유출 사고로 인해 카드 재발급 비용이 크게 늘면서 카드 관련 비용도 3.7%(1693억원) 증가했다. 반면 금리하락으로 인해 자금 조달비용(9597억원)은 8% 감소했다.

카드별로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각각 901억원과 434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늘었으나 신한카드는 460억원 감소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분기엔 비자카드 주식매각이익이 반영됐었기 때문에 수치상으로는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 신용카드·체크카드를 이용해 물품을 구매한 실적은 29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2조2000억원)보다 5% 증가했다. 이 중 체크카드 이용실적이 5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5.7% 증가한데 기인한다.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와 휴면카드 자동해지 제도 등의 영향으로 신용카드 회원 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6얼 말 기준 신용카드 발급 수는 9371만장으로 지난해 말(1억203만 장) 대비 8.2% 감소했다. 반면 체크카드는 9886만장으로 신용카드 수를 앞질렀다.

카드대출은 46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8조5000억원) 대비 5.2% 감소했다. 카드론은 14.2조원으로 1.4% 늘었지만, 현금서비스는 31조8000억원으로 7.8% 감소했다.

금감원 오홍석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카드사들의 자산이 크게 늘었다기 보다 고객들이 정보유출 등의 영향으로 카드를 해지하면서 충당금을 덜 쌓고,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체크카드 부문이 크게 늘어 수치상의 순익을 냈다"며 "카드시장이 포화돼있고 체크카드로 이용성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수익원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