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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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때는 세계의 모범이던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를 기초한「비버리지」경의 꿈은 오늘날 영국을 쇠약케 한 영국병의 병인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라있다.
모든 사람들이 생활이나 소득에서 같은 수준일 것을 강제하는「결과의 평등」추구가「자유」를 침해하는「거대한 정부」를 필연적으로 가져오고 시민들을「예종(예종)의 길」로 떨어뜨려 사회는 참된 자유와 평등과 번영을 함께 잃게된다는 것이다. 「20세기의 성우」복지국가론의 환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탈복지국가론 주장이 거세게 일고있다.
고도산업사회의 단계를 넘어선 구미에서의 사정이다.
이제 겨우 산업사회의 문턱에서 몇 가지 초보적인 사회보장제도를 시험하고 있는 우리 처지에서는 논리적 이해에 그칠 뿐 실감은 안 나는 얘기다. 다만 뒤에 가는 사람에게 복철의 교훈은 된다.
영국에서의 의료보험을 보자. 의료의 국가관리가 의료시설과 질의 후퇴를 가져오고 의료비의 부담만 높였다는 것이다. 1965년부터 73년 사이 영국 내 병상은 11%가 줄었는데도 병원스태프는 28%가 늘고 관리사무직은 무려 51%나 증원됐다.
「개인건강 국가관리」의 모순이다.
7월1일은 우리 나라엔 의료보험이 시작된 지 만 네돌. 그 동안 의료보험은 그런 대로 토착의 뿌리를 내렸다.
수혜대상인구는 실시당시 전체인구의 9%에서 이제는 23.9%로 늘었고 사업장을 중심한 1종 의보 외에 공무원·사립학교교원이 79년부터 적용대상에 포함됐으며 이번 7월1일부터는 강원 홍천, 전북 옥구, 경북 군위 3개 지역에서 최초의 제2종 지역의보가 실시된다. 자영직업종사자들에도 조합구성길이 열렸다.
아직 많은 문제점들이 남아있는 대로 의료보험이 병원을 손쉽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별것 아닌 일로도 병원을 찾는 보험남용의 경향도 근래 나타나고 있다. 수혜자가 1년 중 병원을 찾는 수진율은 77년 0.56%이던 것이 지난해엔 1.95%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보험재정도 심각한 압박을 받고있다.
생각할 것은 개인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개인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을 통한 사회나 국가의 보장은 어디까지나 2차적인데 머물러야한다. 「건강에 대한 권리」와 함께「건강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지 않고서는 모처럼 뿌리를 내려가는 의료보험제도의 기반이 흔들릴 우려도 없지 않다. 최근의 옴 소동에서 그런 느낌이 더하다. <문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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