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세안」(6)|정상회담 앞두고 김영희논설위원 순회취재|"아세안의 대부"…「코만」태국 부수상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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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세안 창설 주역은 「타나트·코만」(타일랜드) ,「아담·말리크」(인도네시아),「라자크」(말레이지아) 세 사람이었다.
그 중에서도 67년 방콕 창립 총회의 주최자가「코만」부수상(당시 외상)이었다. 그래서 그를 『아세안의 대부』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말리크」,「르물로」(필리핀)와 함께 국제외교무대에서 『아시아의 3걸』의 한사람으로 통한다.
최근의 쿠데타 미수 사건 후 경비가 한층 삼엄해진 이 나라 중앙청 수상실 맞은편에 있는 그의 부수상집무실에서 과거 유엔에서 자주 만날때보다는 나이테가 많이 들어 보이는「코만」을 만났다.
▲김위원=한국의 국가원수로는 전두환대통령이 처음으로 아세안회원국 순방길에 오릅니다. 전대통령의 방문으로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관계가 한 차원 높은 이정표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까요.
-코만=전대통령이 아세안 지도자들과 직접 접촉하기로 한 것은 좋은 이니셔티브라고 봅니다. 아세안과 한국은 광범위한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은 상호이익이 돼요.
지역적으로 한국이 동남아에 속하지는 않지만 정치·경제·안보면에서는 아주 가까운 관계아닙니까.
▲한국·타일랜드 두 나라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분야는 어떤 것이라고 이 나라 정부에서는 생각하고 있읍니까.
- 한국은 농업과 그 밖의 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기술분야에서도 타일랜드와 협력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어요.
한국은 공업화에 눈부신 성과를 거두지 않았읍니까. 그리고 우리 나라로 말하면 경제·기술분야의 개발을 위해서 가급적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자 합니다. 한국과 타일랜드 두 나라의 이해는 상호보완적입니다.
▲지난1윌 전대통령은 북괴의 김일성과 언제, 어디서든지,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국의 제안과 북괴의 부정적 반응에 대한 귀하의 의견은.
-전대통령의 제안은 좋은 구상입니다. 우리도 지금 베트남을 상대로 한국과 같은 처지에 있어요. 최근에만 해도 우리 외무차관이 하노이에서 베트남외무차관을 만났는데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뿐만 아니라 그 직후에 베트남의 외무차관이라는 사람, 기자회견의 수단을 빌어 오히려 타일랜드를 침공하겠다고 위협하지 않았겠어요.
그런 것이 공산주의자들의 상투수단이니까. 그러니 공산주의자들을 상대하는데는 인내심이 필요해요.
▲귀하는 바로 아세안의 창설주역, 『아세안의 대부」셈인데 그간 아세안이 이룩한 성장에 만족합니까.
-아세안회원국들은 『힘의 암석』처럼 베트남의 위협·비난에 공동으로 맞서고 있어요. 안보면에서 아세안의 기능은 적절하고 만족스럽습니다.
경제분야에서도 아세안 5개국은 미국·일본·구공시(EEC)같은 선진 경제대국들을 상대로 공동으로 대처하여 우리상품에 대한 수입제한의 완화, 그밖에 많은 양보를 받아냈어요. 물론 우리도 그들에게 상당한 혜택을 주고 있지만….요컨대 아세안은 힘의 상징이고 활발한 협력기구가 되었어요.
▲아세안을 처음에 중립지대로 만들자고 한 것도 귀하였는데 소련의 팽참 정책, 베트남의 야망같은 걸 보고 중립화 구상을 재고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아세안 5개국은 비교적 군사적으로 약한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받는 위협,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를 군사적으로가 아니라 정치적·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중립화 구상의 내용이에요.
캄보디아 문제에서도 우리는 군사적인 대결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이 타일랜드를 침략하면 아세안5개국은 집단행동으로 반격을 하게 되어있지요.
-우리 나라가 침략을 당하면 그 침략을 격퇴하는 대열에 참여하는 것은 아세안 5개국뿐 아니라 이 지역 밖의 모든 비 공산국가들에도 이익이 됩니다. 역외의 많은 나라들이 이미 베트남의 타일탠드 침략을 팔짱끼고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인도차이나 공산화 직후 귀하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미군이 타일랜드에서 철수하는데 반대한걸 기억 합니다. 그 뒤 사태는 불행하게도 귀하의 예측대로 전개되었읍니다.
「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서고야 소련 팽창중의 견제의 결의를 보이고 있는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예상되는 것은 미소대결입니까, 아니면 군사적인 세력균형을 바탕으로 한 안정의 회복입니까.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인 충들의 의미와 결과를 잘 알기 때문에 군사적인 대결보다는 정치적인 경쟁의 모양이 되리라고 봐요.
군사대결은 일단 시작되고 나면 중단시키기가 어렵다는 걸 그들도 알아요.
그래서 나는 이 지역의 모든 비공산국들이 정치적인 양해, 「기브 앤드 테이크」(주고받기), 그리고 타협을 통해서 무력에 호소하는 일은 삼갈 것으로 봅니다.
▲타일랜드는 베트남이 결국은 캄보디아에 대한 지금의 자세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는데, 그건 베트남이 겪고있는 경제난을 고려한 결론입니까.
-베트남의 군사행동을 저지하는 요소는 많아요. 그 중 하나가 경제문제입니다.
베트남은 지금 식량을 위시하여 모든 생활필수품이 모자라고,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이 없어요.
▲소련의 지원은 무시해버려도 되는 겁니까.
-소련도 하루5백만∼6백만달러를 구체적인 이득도 없이 베트남에 제공하는 걸 힘겹게 생각해요. 아프가니스탄·폴란드에서 이미 소련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실정에서 베트남 지원을 무한정 계속하기가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베트남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공산권에서조차 루마니아·유고슬라비아 같은 나라는 베트남을 지지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비동맹 회의에서 드러났어요.
▲미국이 중공에 무기를 수출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말레이지아·인도네시아가 펄펄뛰고 있읍니다. 그들은 중공에 무기를 제공하면 소련·베트남을 더욱 밀착시키고 아세안이 주도하는 캄보디아문제 해결의 전망을 한층 어둡게 만든다고 주장하는데, 타일랜드의 입장은….
-우리는 생각을 달리하지요. 미국은 중공에 파는 무기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요.
중공에 대한 무기수출이 동남아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공도 북쪽의 국경지대에서 받는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지요.
소련의 팽창주의 정책에 비하면 중공이 미국 무기를 사 들이는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봅니다.
▲베트남군의 캄보디아 철수가 결국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면 그 시기는 대강 언제쯤으로 잡나요.
-예측불허예요. 한국동란·베트남전쟁때 후전협상·종전협상이 몇 년이나 끌었던걸 기억하지요. 시간과 인내가 성공과 승리의 요체라는 신념을 잃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 해요.
▲감사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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