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1군사령관 음주 소동 전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신현돈(육사 35기·대장·사진) 1군사령관이 2일 갑작스럽게 전역했다.

 국방부는 “군사 대비태세 기간에 작전 지역을 이탈하고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1군사령관이 전역지원서를 제출해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사의를 표명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현역 군인의 특성상 전역 요청을 받아들인 건 사실상 강제전역에 해당한다. 2004년 신일수 전 연합사 부사령관이 비리 혐의로 구속돼 옷을 벗은 적은 있지만 별 네 개인 현역 대장이 처신 문제로 전역한 건 처음이다.

 
국방부와 육군에 따르면 신 전 사령관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인 지난 6월 19일 부대가 위치한 원주를 떠나 모교인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안보 강연을 했다. 그러곤 인근 식당에서 동창생들과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했다. 신 전 사령관은 부대로 복귀하던 중 군복을 풀어헤친 채 청주 인근의 오창휴게소 화장실을 찾았다. 당시 그를 수행하던 참모들은 신 전 사령관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휴게소 이용객들의 화장실 출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한 시민과 실랑이가 일었고, 이 시민은 관련 사실을 수도방위사령부 당직실에 신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 전 사령관은 다음 날 해당 민간인에게 (전화로) 사과했으나 소문이 퍼지면서 부담을 느껴 전역지원서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이 해외를 순방하는 기간 중에 주요 지휘관들은 작전 지역을 벗어날 수 없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긴 것도 부담이 됐다고 한다. 국방부는 후임 1군사령관이 임명되기 전까지 장준규 부사령관(중장)을 직무대리로 임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 사령관의 음주 소동을 군 당국이 두 달이 지나도록 쉬쉬한 의혹에 대해 “국방부는 최근에야 인사계통을 통해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의 여파로 육군참모총장과 6군단장 등이 줄줄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현역 대장의 부적절한 행동까지 불거져 나와 군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