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비상방역령" 피부병 갈수록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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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름철 방역에 허점이 많다. 보사부는 지난 4월부터 방역비상령을 내리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대도시 취약지역에 대한 집중소독작업을 실시중이라고 밝혔으나 손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요즘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피부병이 서울까지 번져 중랑천 변의 중화2동 일대와 안양천 변의 신정2동 일대 일부 어린이들이 앓고 있다. 특히 이들 개울가 주민들은 개울에서 자라난 꿈틀 벌레 떼가 방안까지 기어들어 큰 고통을 겪고 있으며 지하철 2, 3호선 건설공사장 주변 등은 군데군데 파인 웅덩이에서 파리·모기 등 온갖 해충이 들끓고 악취를 풍기고 있는 등 「방역의 사각지대」가 되고있다.

<불결 하천>
서울 이문3동∼중화2동 사이를 잇는 중랑천 세월교 부근, 난곡동에서 신대방동∼대림2·3동∼문래동으로 흐르는 도림천 일대, 홍은3동의 홍제천, 신정2동 안양천변 등은 방역의 손이 닿지 않아 각종 해충의 온상으로 변한 상태.
중화2동 328일대 3백여 가구는 길이 1∼1·5㎝크기의 새까만 꿈틀 벌레 떼가 지독한 냄새까지 풍기며 부엌과 장독대는 물론 때로는 방안까지 들어와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 벌레는 지난달 초순부터 주택가 바로 앞 중랑천 변의 잡초 밭과 포플러 숲 속에서 자라난 것.
주민 배영자씨(45·중화2동 328의 35)는 『가뭄으로 개울물이 썩자 벌레 떼가 더욱 극성을 부리면서 사람 몸에도 기어올라 어린이들은 가려움증 등 피부병에 걸려 앓고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반상회를 통해 여러 차례 보건소에 진정했으나 검진은 커녕 소독 한번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신정2동 안양천변 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개울가에서 자란 꿈틀 벌레 떼와 모기·파리·하루살이에 크게 시달리고 있으며 이길주씨(54)의 아들 영일군(13)과 딸 연아양(7) 이웃 손봉식씨의 아들(8) 등 동네어린이들이 4, 5일 전부터 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긁으면 진물이 나는 피부병에 걸려 앓고있다.
홍은3동 92일대 홍제천 주변도 6월초부터 모기가 끓기 시작, 밤에는 나방까지 집안으로 날아들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창문을 열어놓지 못해 주민들은 더위와 해충의 2중 고역을 치르고있다.

<하수도>
고척동에서 신정동으로 빠지는 고물상주변, 월계동 월릉교 아래쪽, 중화2동 주택가 등지는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안돼 오물 섞인 하수가 뚜껑 없는 노천 하수구를 통해 가까운 하천까지 1∼2㎞씩 흘러내리고 있는 실정. 게다가 뚜껑 없는 하수구마저 일부 주민들이 마구 버린 연탄재와 쓰레기 등으로 군데군데 막힌 채 물이 썩어 모기와 파리 등이 들끓고 있으나 무방비상태로 방치돼 있다.

<웅덩이>
봉천동∼문래동을 연결하는 전철 고가공사가 진행되고있는 도림천에는 이 공사로 곳곳에 웅덩이가 파이고 하수·공장 폐수 등이 괴어 악취를 풍기는 데다 연탄재·쓰레기 등이 마구 버려져 파리·모기 등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이나 전철공사를 맡고있는 회사, 보건당국도 방역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
홍은동 지하철3호선 건설공사장 주변도로에도 쓰레기가 쌓이고 공사장에서 흘러나온 물이 웅덩이를 이루어 먹다버린 과일찌꺼기며 우유포장지 등이 널려 있는 등 파리·모기·하루살이의 온상으로 변한 지가 한 달 이상 됐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말이다.

<방역현황>
서울시 방역관계직원은 본청과 17개 보건소·4개 시립병원의 의사·간호원·임상병리사·소독수 등 모두 1천1백46명으로 직원1명이 평균8천명의 시민을 맡고 있는 셈. 이 가운데 보건행정요원은 한 보건소에 4명 뿐으로 그것도 과장 1명, 계장 1명, 직원 1명의 구성이어서 실질적인 방역보다는 형식적인 서류정리에 급급한 실정이다.
방역장비 또한 소독차는 보건소마다 2∼3대가 고작으로 서울시내 전체에 42대뿐이며 올해 방역예산도 7억4천9백만원으로 시민 1인당 방역비는 90원 꼴.
이 바람에 시 전역에 대한 방역은 엄두도 못 내고 시내 4백74개 동 가운데 6분의1인 81개 동의 방역취약지역만을 대상으로 지난4월부터 주1회 정도 소독작업을 하고있으나 지역이 워낙 넓은데다 연막소독에 쓰는 디브롬·DDVP 등 약제 또한 10여년 전부터 계속 사용해와 파리·모기를 제외한 다른 해충들은 잘 죽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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