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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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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년에 국민 한사람이 낸 세금은 총 평균 17만2천4백원. 올해는 20만9천7백원으로 늘어나도록 예산이 짜여졌다.
5인 가족의 한집을 기준하면 1백4만8천5백원씩이다.
높은 인플레 때문에 실질 소득은 별로 늘어나는 것이 없는데 세금 부담은 많아 월급 봉투를 받을 때마다 짜증을 내게 된다.
세금이 무겁다는 것은 샐러리맨들이 연말 보너스를 받을 때 피부로 느끼게 된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법대로 세금을 내고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또 다른 세금이 생기게 될 것 같다. 교육세다.
연간 3천억∼4천억원을 새로 거두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세 법안이 마련중이다.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선 교육 재정을 확충해야 하고 그러려면 목적세로서의 교육세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충분한 이유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꼭 세금을 신설하고 더 거둬 들여야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까 하고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교육세가 신설되면 국민의 조세 부담은 또 늘어나게 된다.
국민 1인당 약1만원씩 추가 부담이 들어간다.
어느 세월에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실제 부담은 훨씬 많아 질 수 있다.
요즘같이 경기가 나쁘면 세금 부담감을 더 느낀다. 또 세수 실적도 나쁘다.
지난 5월중의 종합소득세(80년 소득분) 확정신고 실적은 작년보다 오히려 17%가 줄어들었다.
인플레 아래선 명목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좀처럼 세수가 줄지 않는다.
그런데도 줄었다. 그만큼 불황이 심하다는 뜻이다. 소득세 뿐만 아니라 다른 세금도 잘 안 걷히고 있다.
5월말 현재 세수 실적은 예산의 39%로써 작년 동기의 42%에 못 미친다.
내국세 1%면 4백60억원에 상당하므로 작년 진도대로 되려면 약1천4백억원이 더 걷혔어야 한다.
세금이 잘 걷히려면 실질소득이 늘고, 따라서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가계는 소득이 물가 상승을 못따라 가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구매 감소로 나타난다. 특별 소비세의 실적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세금을 더 거둬들이자는 측에서는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이 낮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는데 기본 전제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GNP에 대한 조세 부담률은 ▲일본 21.1% ▲미국 30.2% ▲서독 32.3%인데 우리나라는 18.8%(80년).
그러나 선진국은 완벽한 사회보장 제도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할 것을 국가에서 대신 부담하는 것이 허다하다.
의료보험료 하나만 포함시켜도 우리의 조세 부담률은 20%에 육박할 것이다.
83년부터는 복지연금제가 실시되기 때문에 그때 가서는 부담률이 한층 높아진다.
우리나라 조항 제도는 ▲중산층 부담의 가중 ▲간접세 비중의 팽배에 따른 무차별 부담 ▲과세 미달자의 과다에 따른 왜곡현상 ▲조세 감면의 불공평 ▲재산과세 체제의 미흡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근로 소득자 수는 7백30만명이지만 근로 소득세를 내는 사람은 2백33만명 밖에 안된다. 68%가 월소득 15만5천원 미만의 과세 미달자이다.
과세되고 있는 사람 중에 특히 월50만원 이상인 경우는 보험료 공제 등 혜택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는 외에 높은 세율이 적용돼 무거운 세금을 물고 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세금을 조정해 줘야 할텐데 그것을 안해 주고 있어 2중으로 감봉 당하고 있는 격이다.
현재 가장 무거운 세금을 물고 있는 계층은 월수 50∼70만원 사이의 중산층이다. 그 정도의 소득으로선 가계 꾸려 가기도 어려운데 고소득층으로 분류되어 무거운 누진세가 걸린다.
또 회사에서 교육비 등의 보조를 주어도 세금을 물어야 한다.
금년 세제 개혁에서 이들에 대한 세금 혜택을 넓힌다고 하지만 행정적 발상으로는「코끼리의 비스킷」이 되기 쉽다.
중산층의 건전한 가계 보호가 사회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정치적 판단에서 대담한 세금 경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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