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과 보수 위주서 벗어나|과학적 보존·발굴 사업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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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복원·보수 정화 위주로 펼쳐져 온 문화재 행정이 문화재의 영구 보존을 위한 보존 과학처리와 발굴 중심으로 크게 전환된다. 문공부 문화재관리국은 최근 이같은 새로운 방향의 문화재 정책을 확정하고 1차 사업으로 문화재 행정 사상 최초의 보존 과학 실험실을 설치했다.
제2차 사업으로는 7억원의 예산을 투입, 본격적인 해저 유물 발굴을 위한 전용 발굴선을 제작하는 한편 심해잠수사들로 구성된 해저 유물 발굴단을 문화재 연구소 안에 둘 예정이다.
거의 무방비 상태였던 보존 과학 분야가 전격적인 시설을 갖추면서 중요 문화재 정책으로 부상한 것은 김동현 문화재 보존 과학 실장이 일본 동경대에서 1년 동안의 연수를 마치고 지난 4월말 귀국하면서부터였다. 문화재관리국 청사 1층에 설치된 문화재 보존 과학 실험실의 규모는 32평-.
현재 국내로부터 구입, 설치한 기기는 워터배스 (항온수조) 2대를 비롯한 증류수기·생체 배양기·초음파 가습기·X선 촬영기·집진기·교반기·실체 현미경·냉장고 각 1대 등이다. 이밖에 기제·도자기·토기류 유물의 표면 연마 등에 사용될 핸드 드릴 및 조절기 4대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기기의 중요 기능은 탈염처리 (항온수조), 목재·섬유질 유물의 미생물 배양 (생체 배양기), 약품의 투입 및 제거 (교반기), 유물의 먼지 제거 (집진기) 등이다. 특히 초음파 가습기는 단청 안료의 개발 연구와 공해로부터의 유물 보호를 실험할 수 있는 중요한 최신 문화재 보존 과학 기기의 하나다.
이번 설치된 기기들 만으로도 금·은·동·철제 등의 금속 유물과 목재 및 칠기류, 도자기, 회화류 등의 각종 문화재 보존 처리가 1차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존 과학실은 실험실의 설치와 함께 해외 보존 과학자를 초빙, 상호 보존 기술을 교류하고 촉탁 연구원의 직제 개편 및 전직원의 해외 연수를 추진중이다.
해외 연구관의 초빙은 현재 일본 국립 문화재 연구소의 「아오끼·시게오」 금속 보존 처리 연구관이 2개월 예정 (5월7일∼7월5일)으로 와 있고 신안 앞 바다 원대 유물선의 선체 인양이 시작될 예정인 이달 중순에는 목재 유물 보존 처리의 권위자인 「사와다·마사오」 일본 국립 내량 문화 연구소 보존 실장이 초빙돼 3개월 동안 선체 인양 작업에 참가한다.
우선 일본과의 교류를 시작한 문화재 보존 기술의 상호 교류는 한국 측이 무위사 벽화, 부석사 조사당 벽화 등을 보존 처리한 경험과 기술을 일본측에 가르쳐 주고 일본측은 한국에 금속 및 목재 유물의 보존 처리 방법을 전해준다는 것.
직원의 해외 연수는 현재 총 10명 중 7명이 이미 일본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3개월∼1년씩의 연수를 마쳤고 촉탁 연구원 6명도 내년부터는 정규 직제화해 화학·물리·금속·공예 등의 전문 분야별로 학예직화 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신안 유물선의 선체 이양을 계기로 내년 중 발주할 예정인 해저 유물 발굴 전용선 건조는 현재 경제기획원에 제출돼 있는 내년도 예산안에 3억5천만원을 계상해 놓고 있다.
전용선은 예산만 통과되면 2개년 계획으로 83년까지 건조를 완료한다는 것.
10명 정도 예정인 해저 발굴단의 인원은 예편해 나오는 해군 심해잠수사들과 민간 잠수부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같은 본격적인 해저 발굴의 장비 마련 및 인적 구성은 신안 앞 바다 속의 중국 원대 유물 인양을 계기로 시작된 해저 발굴이 전적으로 군에 의존해온 점을 감안, 시급한 대책의 하나로 지적돼 왔고 문화재 당국도 독자적인 해저 발굴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에서부터 비롯됐다.
더우기 해저 발굴 대책을 시급히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중의 하나는 현재 귀중한 해저 유물이 있는 것으로 신고된 것만도 10여 곳에 이르고 있어 긴 안목에서 볼 때 항구적인 대책이 요망된다는 것이다.
결국 계속적인 해저 유물 발굴에 영구히 군을 동원할 수만은 없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문화재 당국의 전용선 건조 및 발굴단 구성 대책은 한국의 본격적인 해양 발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로 고고학계 및 문화재 발굴 관계자들의 큰 환영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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