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마찰과 활쏘기로 심신단련-독립유공자 최한영 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닭이 어떻게 사나 보시오.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 종일 쏘다니지 않소. 일찍 일어나 근면하게 활동하는 것이 바로 건강 제1조인 것이여.』
독립투사 최한영 옹(81·전남광주)
그래서 그는 닭이 울 때인 새벽5시면 기상, 곧 온수마찰을 시작한다.
앞뜰에 나가 따끈한 물로 온몸을 마사지하는 것은 빼 놓을 수 없는 아침의 일과.
『나이가 들수록 몸의 저항력이 약해져요. 그래 10여년 전부터 온수마찰을 해오고 있소.』그러면 오감이 완전히 깨어 온기가 온몸을 감싼다는 것.
다음 1시간정도 붓글씨를 쓰면서 정신을 가다듬는다.
최옹은 또 아침은 아주 간단히 하는 소식주의자. 보통 한 공기가 고작이다. 그러나 가리는 음식은 없다.
아침일과의 마무리는 근처다방에 나가 담소하는 것.
같은 연배의 동료 친구들과 코피를 마셔가며 세상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최옹이 또 둘째가라면 서운하게 여기는 것이 활쏘기. 『지난해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아 활이 영 말을 안 들었지. 요즈음 조금 제대로 되는 것 같소.』
그가 활쏘기를 시작한 것은 서른살 때부터. 사라져 가는 국궁의 진수를 우연히 깨닫고서였다.
『사무사의 경지에서 과녁을 겨냥하노라면 모든 잡념이 사라져요.』
지금도 비오는 날을 빼고는 공원활터를 찾는다.
『활은 국궁이 최고요. 반동이 없고 힘이 좋지요』
『가슴을 죽이고 배에 힘을 넣고 시위를 당겨야 하오. 손을 뗄 때는 뒷가슴을 확 펴야지.』
설명하는 최옹의 눈은 과녁이 보이는 듯 시선마저 날카롭다.
인자한 시골할아버지의 인상이지만 활을 이야기할 때만은 사뭇 엄숙하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법이요. 활은 정신통일과 마음의 안정을 얻는데 그만이지. 모든 근심·걱정을 화살에 걸어 날려보내면 더욱 좋고』
덕분에 최옹은 팔십노인 답지 않은 단단한 가슴과 아직도 정신적으로 꼿꼿힘을 자랑한다.
18세 때 광주3·1운동으로 3년간 옥살이를 한 최옹은 소리를 탐하는 요즘의 세태를 아쉬워하며 묵향 그윽한 처소에서 국궁을 쓰다듬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