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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수 3명 법원서 탈주-어제 하오 서울지법 남부지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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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5일 하오4시40분쯤 서울 문래동 서울지법남부지원1호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법원 구치감으로 가던 조직소매치기 노은상(27·전과7범·서울 돈암동43) 이상훈(27 전과7범·서울 목동409의3) 우홍식(27·전과6범·서울 신월동 백조연립주택 나동103호) 등 일당3명이 길이20㎝가량의 사제 칼로 교도관을 협박하고 수갑을 푼 뒤 법원뒷담을 뛰어넘어 탈주했다. 이들과 함께 탈주를 시도했던 이형기(22·전과3범·주거부정) 는 현장에서 교도관들에게 붙잡혔다. 검찰은 남부지청에 수사본부 (본부장 이중근 대검검사)를 설치, 이들의 탈주가 치밀한 사전계획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서울과 경기도일원에 비상망을 펴는 한편 재소자의 면회자, 담당교도관, 연고자, 범죄조직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범인들이 도주할 때 탈취했던 택시는 이날 하오6시20분쯤 탈주현장에서 1·5㎞쯤 떨어진 서울 대림동 성모병원 주차장에서 발견되었다.
남부지원 1호 법정에서는 74년10월18일 재판을 받던 임병석 피고인이 증인으로 나와 애인의 아버지 이원호씨(당시 48세)를 줄칼로 찔러 죽인 법정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

<탈주>눈 깜짝할 사이
탈주 극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5명의 교도관들이 이들을 법정 밖으로 끌어낼 때 4명은 모두 수갑을 차고 있었으며 이상훈·이형기는 같은 포승에, 노·우는 단독포승으로 묶여 있었다.
목격자 이경래씨(34·서울 한강로2가15)에 따르면 이들이 1호 법정 뒷문에서 나와 2∼3m쫌 갔을때 갑자기 『얏』하는 외침과 함께 그들 중 한명이 칼을 뽑아 교도관에게 들이대며 『접근하면 죽인다』고 위협했다.
이들이 칼로 교도관을 위협 할 당시 수갑과 포승은 이미 모두 풀려 있었고 교도관들이 겁에 질린 듯 우물쭈물 하는 사이5m쯤 떨어진 높이 1·7m정도의 철조망 울타리를 뛰어넘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일당 중 3명이 담을 넘자· 교도관3명이 정문으로 나가 이들을 쫓았고 조금 뒤떨어져 담을 넘으려던 이형기는 다른 교도관에게 붙잡혔다.
3명이 타고 넘은 담장 밑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빈 사과궤짝 1개가 놓여있었다.
법원 담장 밖 주택가 골목길엔 이들이 벗어 던진 미결수 죄수복 상의3벌과 수갑3개, 포승이 떨어져 있었다.
붙잡힌 이형기는 검찰조사에서 이날아침 출정준비를 하고 있을때 이상훈이 다가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난다. 나 하는 대로만 따라하라』고 귀엣말을 했다고 밝혔다.

<면회>이상훈 구속기간 중 가족들 6번 찾아가
이상훈이 구속돼 있을 동안 가족들과 6차례 면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면회 때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월1일<어머니 김옥윤씨(54)와 여동생(15·여중3년)이 낮12시10분부터 5분간 면회>
어머니=몸은 어떠냐
이=괜찮아. 가서 593-4860으로 전화해서 래킷을 집에 갖다 놔. 그리고 담요3장 넣어. 한일 타프트로 짐을 다 찾아다 놔.
◇2월12일<어머니 김씨와 여동생이 상오11시50분부터 5분간 면회>
어머니=약 사먹니.
이=예.(여동생에게) 돈 받았니.
여동생=10만원밖에 안줘.
이=안주면 고소한다고 그래.
여동생=14일 또 준대.
이=면회 올 필요 없고 래킷 찾아다 놓고, 내가 쓸것이니까.
어머니=알았어.
이=변호사 사지 말고 있어.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요.
◇2월19일<어머니와 여동생이 낮1시20분부터 5분간 면회>
어머니=검사실에 갔었니.
이=못 갔어. 종지엄마한테 최선을 다해달라고 해요.
어머니=우리는 좀더 선의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쪽에서 강경하게 나와 그래.

<탈주범들>
노를 두목으로 하는 조직 소매치기단 은상파는 소매치기 전담 형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난폭하고 교활한 소매치기조직」으로 통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8월16일 소매치기단을 조직할 때 『죽더라도 교도소에는 가지 말자』며 『한사람이 검거되면 그를 구출하기 위해 생사를 같이 할』것을 결의, 경찰의 검거에 대비해 항상 길이40㎝가량의 생선회 칼을 청바지 천으로 만든 칼집에 넣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지난해 8월27일 하오10시쯤엔 영등포 경찰서 최막동 순경이 노은상의 애인 문 모양에게 노의 소재를 조사하고 있는 것을 알고 문양이 세 들어 사는 집 앞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조사를 끝내고 나오는 최 순경을 칼로 위협, 다시 문양 집으로 끌고 들어가 무릎을 꿇리고 30분 동안 집단 폭행했으며 지난1월24일 하오 8시45분쯤에는 서울 용산 해밀턴 호텔 주차장에서 잠복 근무 중이던 남대문경찰서 형사계 김명호·김송원 순경이 검거하려하자 칼을 휘둘러 김명호 형사는 두 손가락에 중상을 입었다.

<수사>수갑톱니 엇물리게 비닐조각 끼워둔 듯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범인들의 탈주 직후 수사본부(본부장 이중근 대검검사)를 편성, 범인들의 연고지에 형사대를 급파하고 붙잡힌 이형기를 철야 심문하는 등 수사를 펴고있으나 6일 상오까지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검찰은 범인들이 수갑을 푸는데 가로1㎝·세로3㎝·두께1㎜정도의 비닐조각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차량유기>죄수복상의 벗어 던져-큰길로 나와 지나던 「택시」빼앗아 도망
범인들이 빼앗아 타고 간 서울2바7814호 브리사 택시는 이날하오6시20분쯤 법원에서 1·5㎞떨어진 서울 대림동 성모병원 주차장에서 순찰 중이넌 대림 파출소소속 최정두 경장(36)에게 발견됐다.
발견당시 택시 운전대에는 키가 꽂혀있었고 운전석옆자리에는 1백원짜리 동전10여개가 흩어져 있었으며 7∼8개비쯤이든 한산도담배 1갑이 동전과 함께 놓여있었다. 유씨는 한산도를 피운 일이 없다고 진술해 범인들이 피우다 버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또 유씨가 차를 빼앗길 당시 현금1만8천원 가량이 들어 있던 운전석의 돈주머니가 없어졌으며 뒷좌석 위·유리사이 부분에는 줄무늬가 있는 쥐색 신사복바지1벌이 놓여져 있었다. 경찰은 이 바지가 운전사 유씨의 것이 아니라는 진술에 따라 범행 전에 탔던 여자승객의 것인지 또는 범인들이 1시간 가량 차를 몰고 다니며 구한 옷 중의 하나인지를 가리기 위해 여자 승객을 찾고 있다.
주차장에서 유씨의 택시 뒤에 차를 세워 놓았던 성모병원장의 서울3마284 「4호 승용차 운전사 신영옥씨(40)에 따르면 하오5시45분쯤 밖의 일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와 주차장에 주차시킬 때 후진을 해 주차장 진입 턱을 넘어 병원 담벽으로 차를 붙였는데 그 당시 택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씨의 진술로 보아 경찰은 범인들이 하오4시40분쯤 문래동에서 유씨의 택시를 탈취해 1시간 가까이 돌아다닌 뒤차를 버린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또 유씨가 차를 탈취 당할 당시 미터기에는 기본요금정도인 5백50원밖에 올라있지 앉았으나 발견됐을 때의 미터기는 2천4백50원이나 올라있는 점을 들어 범인들이 차를 몰고 달아난 도주로가 양남 로터리∼양평동∼강변도로∼대방 지하차도∼공군본부 앞∼대림동에 이르는 반경2㎞내외의 원형외곽도로로 추정하고있다.
조사 결과 범인 중 우는 자가용 영업행위를 하다 적발된 사실이 드러나 탈주 때 택시운전은 우가 한 것으로 보고있다.

<의문점>갈아만든 칼 네자루 검신 안 거쳐 아리송-포승도 자르지 않고 교묘히 풀어
『수갑을 채우고 포승으로 묶은 뒤 호송했다』(도태구 남부지청장의 말)는 범인들이 눈 깜짝할 사이 훌훌 벗어 던지듯 수갑과 포승을 풀고 달아난 이번 사건은 모의에서부터 탈주까지의 전과정이 의문이다. -우선 탈주의 결정적인 도구가 된 칼을, 한 자루도 아닌 4자루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붙잡힌 이형기는 『이상훈이 귀엣말로 「화장실에 칼이 있으니 가져가라」고해. 화장실에 가는체 하면서 찾아왔다』고 했다. 이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범인들은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미리 칼을 준비한 것으로 봐야한다. 스테인리스 쇠 조각을 날카롭게 갈아 만든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전달했다기 보다는 범인들이 오랫동안 갈아 만든 것 같다.
그렇다면 한 자루도 아닌 4자루가 어떻게 법정까지 운반될 수 있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피고인들은 출정하기에 앞서 몇 차례의 검신을 받는다. 거듭되는 검신에 피고인들이 자주 짜증을 낸다는 게 교정당국자의 말이다.
그런데도 범인들이 칼을 지닌 채 검신을 통과했다면 검신이 지나치게 형식적이었거나, 과연 하기는 했나하는 의문이 남는다.
둘째로 어떻게 수갑과 포승을 풀었는가 하는 점이다.
검찰은 4명에게 모두 수갑을 채웠다고 밝히고 있다. 출정 피고인들에겐 모두 수갑을 채우고 몸과 팔을 포승으로 묶어 2중의 방비를 한다. 재판 진행 중에만 수갑을 풀어준다. 교도관들의 포승기술은 견고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수갑풀기가 오히려 쉽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법정을 나와 2∼3m를 걸어가는 사이 훌훌 벗어 던지듯 포승을 풀었는가가 의문이다. 회수된 포승엔 칼자국이 전혀 없다. 범인들이 칼을 소지한 것은 단순히 교도관 협박용으로밖엔 볼 수 없다.
검찰은 『범인들이 수갑의 톱니가 물리지 않도록 비닐조각을 톱니에 끼워 넣은 것 같다』 고 했다. 그렇다면 구치소에서 미리 준비했다는 이야기다. 수갑을 차고 난 후에는 이 방법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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