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정치」의 새로운 구도 정당-여-야 3각협조 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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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여당대 야당이란 정계의 오랜양분관념에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를새로운 시도가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간에만 통용되던 당정협조란 말이 정부-여-야간에도 나오고있고 이렇게 되면 정부-여-야간에 새로운 3자관계가 정립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무장관-야당원내총무로 연결되는 채널의 공식화, 야당의 정책대안이나 공약도 시책에 반영한다는 정부방침이 앞으로 구체화해 나갈 경우 정·계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여야없는 화합의 정치」로 설명되는 이같은 사태발전에 민한당의 일각에는 그렇다면 여야간의 진정한 차이는 뭣인가, 야당의 야당다운 본령은 어디 있는가라는 등의 의문 역시 없지않다.
○…민정당은 정부-여-야간의 삼각협조체제는 새정치의 당연한 구도라고 보고있다.
한관계자는 월간경제동향보고회에 야당간부들이 초청됐을 때부터 이미 이런 방향은 예고됐던 것이라며 야당이라고 경원하고 배척하던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
그는 주장의 옳고 그름이 문제지 그것이 집권당쪽 주장인가, 소수당쪽 주장인가가 기준은 될수없다며 재5공화국 정부는 과거와 같은 협운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
정부야당간 당정협조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에선 △야당의원들의 국회발언 △야당의 정책대안 △야당선거공약등에서 야당 스스로 반영시킬만한 것을 추려 정무장관에게 넘기면 정무장관이 이를 각부처에 보내 검토시키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또 야당의윈이 파악한 지역구숙원사업이나 시정을 요하는 문제등도 정무장관을 통해 해결의 길이 열릴수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정부야당이 상통하면 △과거와 같은 극한대립의 소지가 없어지고 △야당주장이 시책반영을 전제로 하기때문에 현실성·합리성이 높아질 수 있고 △민원·지역구문제등에 관한 청탁을 안하게 된다는등 장점이 많다는설명.
심지어 어떤이는 『앞으로 야당장관도 나올 것』이란 성급한 관측도 하고있다.
○…정부야당간의 협조체제구축과 함께 정부여당간의 협조도 강화되고있다. 『중요정책은 입안과정부터 당과 상의하라』는 고위층의 지시가 지난 월말 정무장관을 통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민정당 역시 당우위의 입장을 고수해 사전협의없는 정책발표에는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
사전협의없이 문교정책이 발표된데 민정당이 불쾌감을 표한 후 당에는 정부측의 발걸음이 잇달아 5월 어느한주일에는 4명의 장관과 다수의 차관급들이 당사를 찾았을 정도.
또 당공약사업은 행정부가 검토, 결정하되 발표는 당에서 맡기로해 무허가 건물양성화, 농지세 면세점인상등 굵직한 시책이 당을통해 나왔다.
공식적인 정부-집권당협조채널은 지금까지 총리급의 당정정책조정회의와 차관급의 당정기획조정회의가 각각 한번씩 열린데 불과했으나 관계자는 『당정협조는 극히 잘되고 있다』는 설명.
대체로 민정당과 정부간의 협조관계는 공식적인 것보다 비공식적 접촉이 잦아 정부요로와 당간부들이 수시로 회동, 격의없는 협의를 벌이는 스타일이다.
설명안되는(?) 권정달사무총장의 부재는 흔히「모처」에 간것으로 나중에 알려지곤 하는것이 그런 예다. 그러나 당우위의 당정협조를 긴밀히 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식적인 협의체를 두어야하리라는 의견이 많다. 공식기구에서 당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사례의 축적으로만 당우위의 현실화가 가능하리라는 얘기다.
또 어떤 이는 당우위의 당정협조를 하기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일부장관들을 당에서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있으나 현실성은 미지수.
민정당은 또 대정협의를 대등하게 하자는 한 노력으로 회의주최도 당과 정부가 번갈아가며 한다는생각이다.
권총강은 얼마전 『지난번 총리공관에서 저녁대접을 받으며 회의를 한번 가졌으니 다음에는 우리가 대접하는 회의를 가질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당사에 그런 회의를 할만한 방이 없어 구내식당의 개조를 추진중.
○…당정협조체제에 대한 민한당의 분위기는 일단표면상으로는 회의쪽이 강하다.
지난달 29일 정종택정무장관으로부터 유치송총재가 처음 고위층의 뜻을 전달받았을 때만해도 상당히 긍정적이던 분위기는 확대간부회의와 당무회의를 커지면서 야당전래의 경계무드로 선회.
유총재는 정장관이 만나자고 했을때 자신의 선거구민원관계인줄 알고 만났다며 정장관이 당정협조문제를 꺼내길래 『야담의 민원사업도 공익성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는 의사표시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
신상우 사무총장은 정무장관보다는 문제가 있을때마다 고위회담이나 중진회담을 통해 여야가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고재청총무도 『당정협조라는 이름아래 여야의 성격이 모호해질까 우려된다』며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줄수 있으며 협조의 성격과 의도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게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런중에서도 한영수정책심의회의장은 국회를 통하지 않고 당정협조라는 비공식통로를 통해 야당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것은 떳떳한 자세가 아니라는등 가장 부정적인 입장.
한의원은 그렇지 앉아도 일부 국민들은『여야가 없다』『민정당은 모함이고 민한당은 보조합』이라는 등의 말때문에 민한당을 의혹의 눈으로 보고있는 만큼 야당은 국민앞에 공개적으로 정책을 제시하고 국회를통해 이를 국정에 반영하는게 정도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야당측의 회의적 자세에대해 정부측은「의외」라는 반응.
정무장관실의 고위관계자는 유총재·고총무가 정장관의 얘기를 들었을당시에는 퍽공정적이었는데 아마 그뜻을 당간부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분석.
과거의 「사꾸라」논쟁의 악몽 때문에 「자라에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측은 여야가 없다는 말은 여야를 두루뭉수리로 얽자는 뜻도, 정치에 여야가 없다는 뜻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과거와 같이 개인적 차원에서 야당과 대화가 오가면 「사꾸라」논쟁이 재연될것같아 정치수렴을 공식화하자는데 당정협조의 참뜻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정부의 순수한 뜻이 야당의원에게 잘 이해되지 않은데대해 의아해 하면서도 좀더 기다리면 야당의 당내분위기가 다시 바뀔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한당에 비해 국민당의 반응은 비교적 탄력성이 있는편.
이만섭부총재는 정부와 야당이 대화채널을 갖는다는 것은 바람직하며, 특히 정부가 중요 정책결정에 앞서 야당과 사전심의하는 풍토조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영광의윈같은 이는 정부가 야당과의 대화를 원한다면 정무장관 l인으로 단일창구를 만드게 아니라 정무제2, 정무제3장관을 따로 임명해 각 정무장관이 별도의 당을 맡도록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란 의견을 제시하고 창구로는 총무보다는 사무총장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런 긍정론속에서도 당정협조를 전면적으로 찬성하고 나서는데 아직 다소 주저하는게 야당의 공통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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