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구제대상은 25만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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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의 무허가건물(주택)양성화조치로 4월말 현재 전국에 널려있는 38만3천여가구 2백30만 주민(가구당 6명)이 생활터전을 구제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현행 도시정책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한 것이다.
무허가 건물의 양성화 조치는 지난 71년에도 있었으나 그때는 건축법에 적합하게 지은 것 중 사전에 허가를 얻지 못했던 것만을 양성화 시켰었다.
이에 비해 이번 조치는 정식허가를 받지 않고 지은 건물은 물론 허가는 받았더라도 시공과정에서 설계변경 등으로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위법 건물을 포함하고 있다.
무허가건물의 양성화기존은 자기대지(양도 가능한 타인소유대지 포함)에 지은 주택으로서▲소방도로에 접해있고 ▲방화에 지장이 없으며 ▲구조상 안전하여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소방도로는 폭4m 이상의 도로. 소방도로에 접한다는 것은 소방호스가 도달할 수 있는 거리로 이 도로로부터 35m이내에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이 기준에 맞는 건물은 약24만9천호로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이들 조건에만 충족되면 현행 건축법상 건폐율·용적률·최소한의 대지면적 등에 어긋나더라도 일단 법적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인정해 주기로 한 것이다.
양성화 대상 등 나머지 약13만4천가구는 무허가 건물로 도시계획 사업시행 때까지 시한부로 양성화하고 그 동안 상·하수도, 통행도로 개선 등 생활 여건만 개선해 줄 방침이다. 다만 도시계획 자체를 변경할 경우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양성화 조치에서 제외되는 상습 재해지역의 7만여동(약 42만명)은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들 주민에 대해서는 지방자치 단체별로 적합한 이전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그러나 무허가 건물 중 소방도로에서 35m이상 떨어지고 상수도 설치 등이 어려운 서울 등지의 고지대 무허가 건물은 철거대상이 된다.
정확한 숫자는 개별심사를 받은 후에야 알 수 있다.
이번 조치는 80년 현재 주택부족률이 25%나 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며 특히 영세서민의 생활안정을 기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무허가 건물의 양성화에 따른 슬럼화의 우려도 높다.
또 불법 LPG택시의 양성화에 이은 이 조치는 과거의 불법이 언젠가는 양성화 될 수도 있다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기고 있으며 다른 불법의 양성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빌딩 등 주택이외의 무허가 건축물·불법간척지 등의 양성화 추진 운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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