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증세에 나타나는 폐렴의 정체는…어린이·어른 발병원인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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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떨어지는 담쟁이 잎을 보면서 하루 하루 다가서는 죽음을 느끼는 폐렴환자 존시.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선배 화가 베어멘은 밤새워 마지막 잎새를 그려넣는다. 존시는 살아나지만 베어멘은 결국 폐렴으로 사망한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보듯 폐렴은 20세기 초만 해도 죽음과 직결되는 위험한 병이었다.하지만 항생제 사용이 보편화된 20세기 중반부터 폐렴 사망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인류가 극복할 수 있는 병으로 생각되던 폐렴이 최근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인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과 더불어 폐렴이 있어야 사스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면 폐렴은 어떤 병인가.

폐렴은 폐 조직에 염증이 생긴 병인데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어른과 어린이는 발병원인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대 의대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어른은 바이러스성 폐렴이 드물지만 어린이 폐렴은 80~90%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긴다"며 "통상 바이러스성은 세균성보다 증상이 가볍다"고 설명한다.

바이러스성 폐렴은 환자와의 직접 접촉, 그리고 침이나 공기를 통한 간접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따라서 집안에 한명의 환자가 생기면 쉽게 가족들에게 전파된다.

사스 환자를 격리시키는 이유도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성 폐렴은 대개 열이 나면서 인후통.두통.기침 등의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이교수는 "바이러스성 폐렴은 기관지 확장제, 가래 삭이는 약 등 증상치료를 주로 한다"며 "7~10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저절로 낫는다"고 들려준다. 따라서 입원치료가 거의 필요 없다.

물론 바이러스성 폐렴도 신(콩팥)증후군.암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아이에게 감염되면 증상이 심하다. 이때는 원인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에 반복해 감염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성인의 몸은 이런 바이러스들에 면역을 갖고 있다. 성인에게 바이러스성 폐렴이 흔치 않은 이유다.

현재 사스가 문제되는 이유는 우리 몸이 처음 만나는 신종 바이러스라서 면역성도 없고 증상도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균성 폐렴은 목.코 등 자신의 몸에 있던 균이 기도를 타고 내려와 생기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환자 주변에 있다고 전염되지는 않으며 실제로 병원에서도 환자를 격리시키지 않는다.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세균성 폐렴은 특히 노인, 만성병.장기이식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 만성 폐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세균성 폐렴은 발병과 동시에 고열.가래 섞인 기침.호흡곤란 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므로 즉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컨대 폐렴구균이 원인일 땐 페니실린 계통의 항생제를 7~10일 정도 써야 한다. 포도상 구균이 원인일 땐 메티실린.반코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3~4주간 투여해야 한다.

이환종 교수는 "아이가 고열과 기침이 나면서 특히 숨쉬기 힘들어 할 땐 세균성 폐렴이 의심되므로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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