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들은 왜 방황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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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양평동 K고3학년 어느 교실앞에서는 한참 수업이 진행중이지만,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양쪽 귀에 두손을 가져다대고 한껏주의를 집중시켜야 겨우 교사의 목소리를 희미하게나마 들을 수 있다. 뿐만아니라 열린 창문으로는 코를 찌르는 화공약품냄새가 몰려와 속이 울렁거리고 눈이 따갑지만, 더위때문에 창문을 닫을수도 없다.
영등포 공장지대에 위치, 온종일 소음·매연·악취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K고의 주위를 살펴보면, 교문앞 양쪽에 늘어선 10여개의 금속기계공강에선 하루종일 망치소리·쇠깎는 소리등의 금속성으로 귀가 따갑고, 학교뒤로는 20여개 화학공장이 둘러있어 매연과 화공약품냄새가 쉬지않고 뿜어져 나온다.
더구나 날씨가 더워진 요즘엔 부근 안양천을 흐르는 폐수까지 합세, 견딜수 없는 악취가 학교를 온통 뒤덮는다.

<코앞에 아파트세워>
서울 시흥동 M중고는 지난 연초부터 교문에서 불과 20미터거리에 L개발이 10층 높이의 고층아파트 9동을 한꺼번에 착공,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불도저·레미콘등 중기음으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수 없는데 오는 9월 공사가 끝나면 고층아파트군이 학교의 동과 남을 가로막아 학생들은 하루종일 햇볕도 들지않는 음지에서 살아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서울 하월곡동 S중학생들이 매일같이 이용하는 통학로는 서울에서도 이름난 윤락가. 이른바 「텍사스촌」으로 잘알려진 이곳은 수십개의 퇴폐유흥업소들이 줄을 있고있는데, 학생들의 하교시간인 하오3∼4시부터 벌써 질은 화장, 선정걱인 옷차림의 여인들이 집밖으로 나와 유객행위를 벌일뿐 아니라, 이 지역을 근거로한 불량배들이 지나가는 학생들을 괴롭힌다.
학교주변환경의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학교는 바로 교육으 가장 중요한 장. 때문에 학교는 모름지기 『교육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보호돼야』하며, 학교가 적절한 교육환경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비단 교내환경뿐아니라 주변환경까지도 「정화」돼야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원칙에 입각, 이미 67년부터 학교보건법이 제정돼 학교로부터 일정거리안에 있는 주변지역을「학교위생 정화구역」으로 정해보호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법규장 보호규정이 갖춰져 있고, 또 해마다 연례적인 단속이 실시됨에도 불구, 학교주변의 환경공해는 이제 더이상 방치할수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의대 김명호·정용교수팀이 전국 각급학교 2백7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학교환경위생의 실태와 전망」에 대한 조사보고는, 특히 대도시의 경우 법규정이 현실과 거리가 있어 집행이 어렵고, 관계기관간에 강호협조가 제대로 되지않아 『학교주변은 교육공해지대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조사에 나타난 정화구역내 유해환경의 종류는 우선 주류판매업소가 43.5%로 가장 많고,그다음으로 숙박업소 33.2%, 공해업소 16%, 극장 및 유기장 7% 그밖에 오물매립장·도살장등으로 돼 있다. 유해요인가운데 최근에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소음문제로, 조사대상학교의 43.7%가『수업에 지장을 줄 정도의 소음이 있는것』으로 나타났는데, 소음의 종류는 자동차소음 49.3%, 열차소음 13.7%, 항공기소음 16.1%, 공장소음 6.5%등으로 밝혀졌다.
학교주변정화는 형식상 학교보건법의 규제를 받는다. 이법에 따라 학교환경 위생구역이 설정되고, 학교정화위원회의 승인이 없이는 ①공해업소 ②주점및 숙박업소 ③극장및 유기징 ④오물수집장및 도살징 ⑤공중목욕탕 ⑥전염병원 ⑦노점및 행상등 학교환경저해업소를 설치할수없도록 돼있다.

<효과적인단속 안돼>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법규강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업소들의 변태영업행위, 행정당국의 미온적 단속, 그리고 위반업소에 대한 경미한 처벌등으로 효율적이고도 철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것.
이에 대해 이화여대 황응연교수(교육심리학)는 『현재 유명무실한 학교환경정화위원회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지금까지의 서류심사위주의 형식적 활동을 현장조사등 적극적 방향으로 바꾸고, 시·도교육위에 환경정화상황실을 설치,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하도록할 것』을 건의한다.
현재까지 행정당국의 대책은 현상파악마저도 제대로 되지않을 정도의 소극적인 것. 그래서 이미 세워져있는 공해업소부근에 신설학교가 자리잡기도 하고, 학교바로앞에 대규모 고층아파트들이 버젓이 들어서도록 허가를 내주는 행정상 미스가 쉽사리 저질러지는 것이다.
유해환경과 접하고있는 학교측도 전혀 책임이 없는것은 아니다. 주위에 유해환경조성요인이 발생했을경우 자체적으로 이를 파악, 당국에 이의 시점을 적극 건의하고, 학생들이 이에 오염되지 않도록 철저한 생활지도 및 계몽을 실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정자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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