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접근 심상찮다 … 김관진 이달 초 긴급 방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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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관진(左), 이수용(右)

한반도 주변의 9월 외교 흐름이 긴박하다. 북한 이수용 외무상은 9월 중순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한다. 북한 외교수장이 뉴욕을 방문하는 것은 15년 만이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직전 미국 정부 당국자를 태운 공군기가 평양 공항에 내리도록 허용했다. 이후 국제적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해 잇따라 대미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형국이다.

 우리 측 움직임도 분주하다.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9월 초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다. 정부 관계자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도 지난해 10월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한 적이 있다”며 “정례적인 협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북한 외무상의 방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나서는 걸 염두에 둔 방미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북·미, 북·일 간 심상찮은 움직임에 따라 한반도의 9월 정세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는 무시하다시피 하는 북한이지만 미국에 대한 접근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외교수장을 미국에 보내는 것은 물론 UFG 연습 이후 미국에 대한 비난이 확 줄었다.

 북한과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의 공동 주최로 지난달 30일 평양에서 개막한 국제프로레슬링 대회엔 미국 이종격투기 선수인 밥 샙도 참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래퍼 프라스 미셸도 이 대회 참관차 지난달 29일 방북했다. 케네스 배(배준호) 등 3명이 억류돼 있는 상황인 만큼 자국민의 북한 지역 방문을 자제시켜온 미 국무부는 밥 샙이나 프라스 미셸의 방북은 허용하면서 북한의 손짓에 호응하는 듯은 인상을 줬다.

 오는 11월 중간평가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북·미관계 관리를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북한과 일본의 관계개선을 고리로 다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새로운 외교 흐름이 생겨날 만한 조건은 충분한 셈이다.

 자칫 한국이 소외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과 미국이 한국을 제외시키고 가까워지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미 간 사전 협의가 잘 이뤄지고 있어 우려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북·미·일이 심상찮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주변국과의 관계는 기존 틀에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남북관계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북한에 제2차 남북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던 통일부는 다시 한번 대화 제의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이산가족 상봉에 어려움이 있다는 걸 강조할 계획이다. 어떻든 통일부로선 박근혜 정부 2년차도 후반부로 접어든 시점이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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