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의「검은손」에 19살 소녀가 폐인으로|3억대 히로뽕 도박단에 휘말린 한국판「지미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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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부산=허남진 기자】부산 동부경찰서는 29일 29세의 소녀 재수생이 낀 3억대 히로뽕 도박사건을 적발, 관련자 7명을 구속하는 한편 이들의 강요에 의해 히로뽕주사를 맞고 폐인의 위기에 있는 양모양의 신체를 감정토록 전문병원에 의뢰했다. 29일 경찰조사를 받고있는 양양은 지난 25일 부산시내 통닭업자 등이 낀 도박판에 어울려 있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상습 히로뽕조직에서 구출되기는 했으나 19세 소녀로서는 보기 드물게 판단력을 잃고있으며 심지어 성적수치심을 잃는 등「한국판 지미」의 성향을 보이고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운수업을 하는 가정에서 태어난 양양은 대학입시에 낙방해 지난 3월 초 모회사의 사무원으로 취직, 일하던 중 이 회사에 이따금 찾아온 김모여인의 소개로 히로뽕 중독자인 이원철 씨(27·구속)를 알게돼 히로뽕을 맞기 시작했다.
얼마 뒤 안일이지만 이씨와 김여인은 동거관계에 있었고 김여인의 소개로 부전동 삼화여관에서 이씨로부터 히로뽕을 맞기 시작, 한번에 3mg씩 6번을 맞았다는 것이다.
양양은『이씨가 처음 히로뽕주사를 놓을 때 피로를 풀어 주는 영양제인 메타안테페롤이라고 속였으며 처음 주사를 맞고 나니 육체적으로 나른하고 정신이 혼미하여 일어서 걸으니까 자꾸 벽에 부딪치고 가슴이 울렁거렸으며 정신을 차리려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 단발머리보다 약간 긴 흑발에 얼굴도 예쁜 양양은 경찰에서 남녀관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적나라하게 털어놓았다. 양양은 이씨를 알기 전에는 남녀관계에 대해 부끄러워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는데 히로뽕을 맞은 뒤 수치심을 잃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양양보다 앞서 히로뽕을 맞아온 김여인은 부작용으로 입이 비뚤어지는 증세가 나타나자 한달 전에 이씨 등과 혼거 중이던 여관에서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양양은 주사를 맞은 뒤 이씨와 함께 있을 때면 이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폭행하고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기도 했으나 몇 시간 뒷면 이씨는 마음에도 없이 때린 것이라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말했다.
양양은 말할 때마다 싱긋싱긋 웃었지만 정기 없이 풀어진 눈동자에는 우수가 깃들여 있었다. 양양은 고교 2학년 때 사귀던 남학생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했다.
현햅법상 히로뽕을 맞으면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위반으로 구속되는 것이 통례였다. 그러나 경찰은 양양을 피해자로 보고 현재 가택보호치료 중이며 입건치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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