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마지막 순간까지 "살려주세요" 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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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병에게 폭행을 당해 지난 4월 6일 숨진 윤모(21)일병이 쓰러진 후 “살려주세요”고 애원했지만 가해병사들은 폭행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검찰은 지난 13일 사건의 핵심 목격자인 김모(21)일병을 추가조사했다. 김 일병은 추가조사에서 사건 당일의 정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김 일병은 사건 당일 오후 4시쯤부터 폭행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윤 일병에 대한 집단 구타는 “음식을 왜 쩝쩝거리면서 먹는다”는 이유로 시작됐다. 이모(26)병장, 하모(20)병장, 이모(22)상병, 지모(20)상병 등 4명은 서로 망을 봐주며 윤 일병의 가슴과 복부를 수차례 때렸다. 엎드려 뻗쳐 있는 피해자의 복부를 정강이로 걷어차기도 했다. 가슴 등을 수차례 맞던 윤 일병이 목이 마르다며 “물을 먹고 싶다”고 하자 이 병장은 3초를 주며 물을 먹고 오라고 했다. 3초 만에 물을 마시고 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윤 일병은 계속해서 복부 등을 맞아야만 했다.

윤 일병이 구타에 지쳐 쓰러졌지만 폭행은 계속됐다. 윤 일병은 “지 상병님, 저 오줌”이라며 말을 흐리며 다리에 힘이 풀려 침상에 그대로 쓰러졌다. 하지만 윤일병을 때리던 선임병들은 쓰러진 윤 일병을 끌어 상반신은 침상에 하반신은 바닥에 놓은 채로 주먹으로 피해자의 복부와 가슴을 계속 때렸다. 윤 일병의 상태가 심각해보이자 산소포화도를 측정했지만 한차례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자 “꾀병을 부리지 말라”며 다시 머리 등을 때렸다. 윤 일병의 산소포화도를 다시 측정하자 맥박과 심박수가 떨어지자 그제서야 가해병사들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사건 초기 군이 밝힌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색’이 사망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 일병은 “피해자가 쓰러져서 웅얼거릴 때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당시에 숨이 막혔다며 피해자가 목을 부여잡거나 그랬을텐데 그러한 행동이 없어 쓰러지고 ‘살려주세요’와 같은 잘 안 들리는 말을 웅엉거렸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피해자가 기도가 막혀서 쓰러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라고 진술했다.

가해병사들이 사건 직후 자신들이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사건 다음날이 7일 오전 이 병장 등 사건 가해자 4명은 돌아가며 김 일병에게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이거 살인죄에요”며 침묵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이모 상병은 윤일병의 관물대를 뒤져서 수첩과 노트를 찢었다. 이 병장 등은 “가슴의 멍은 심폐소생을 하다가 그렇게 된거로 이야기하자”며 입을 맞추려 하기도 했다.

추가 증언에 따르면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는 사고 2~3일 전부터 매우 심해졌다. 김 일병은 추가 조사에서 "사고 2~3일 전부터 피해자를 때리는 강도가 사고 당일만큼 세졌다"며 ”저렇게 맞다가는 맞아서 죽든지 피해자가 자살해서 죽든지 할 수 있겠구나"고 적었다. 이 병장 등도 평소에도 피해자에게 “너 계속 이러다가 맞으면 죽는다. 너가 제대로 해야 안 맞잖아”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기도 했다.

가해병사들은 윤 일병에게 “우리는 항상 영창 갈 생각을 하고 너를 때리는 거다”며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윤 일병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가는 것도 막아 다른 곳에 이야기할 기회도 막았다. 내무실 내 폭행이 ‘되물림’ 돼 윤 일병도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김 일병은 “윤 일병에게 ‘간부에게 신고하라’고 말했지만 윤 일병이 ‘다 그렇게 지내왔는데 괜찮다. 참을 수 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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