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시선 속에 정중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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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9일 한국문학협회 (이사장 설창수)가 창립됨으로써 파문이 일었던 문단은 한국문인협회와 한국문학협회 양측이 모두 그들을 둘러싼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여 자중하고 있어 첨예한 대결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양측간에 현상타개를 위한 대화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작중동인 가운데 자파영역을 넓혀 가는 상태.
문협은 지난 13일 문학협의 발기인으로 발표된 문인들에게「문협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를 묻는 공문을 보내 25일 마감했다.
총 l백20명에게 공문을 보낸 결과 45명이 응답했는데 문협을 떠나겠다고 분명히 밝힌 사람은 7명밖에 없었고 나머지 38명은 떠나지 앉겠다고 알려왔다고 문협은 주장하고 있다.
당초 문협은 문학협 가입이 확실한 회원은 제명한다는 방침을 세웠었으나 당장 제명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
문협사무국장 오학영 씨는『문협으로서는 문학협에 속하겠다는 사람들이 무서나 구두로 탈퇴를 밝혀올 때를 기다릴 뿐이다』는 입장을 명백히 하고있다.
오씨는『대부분의 문인들이 탈퇴의사를 공식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아직 문협회원이며 따라서 제명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물의의 초점이 되고있는 문협정관 개정문제에 대해 지난 l윌29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개정심의위원회를 부위원장 l인, 의원 5명으로 구성, 지금 정관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고 9∼10월쯤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임시총회 등을 열어 정관 개정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문학협 측은 창립총회 때 이사장단을 구성한 것 외에 별다른 기구정비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문학협은 발기인 외에도 많은 사람이 문학협에 가입할 것이 예상되어 이들을 회원으로 맞이하는 작업을 우선하고 있다는 주장.
부이사장 이근배 씨는『회원의 윤곽이 밝혀지면 분과위원회와 지방의 지부결성에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문학협은 이와 함께 창립기념문학강연회도 계획하고 있다.
문학협은 서울 종로구 도염동 l13의 1 연세빌딩 50l호에 사무실을 차리고 성권영 씨가 사무국장을 맡고있다.
문협과 문학협의 움직임에 대해 일부문인들은 방관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안타까운 심정임을 밝히고있다.
이들은 문인들이 지금은 부끄러워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면서 문인다운 순수성을 살려 문단 내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성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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