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시대를 사는 지혜|가계 속에 절약할 수 있는 곳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철도·체신 등 또 한차례 공공요금의 인상이 금년내로 예고되고있어 잇단 생활필수품의 가격등귀가 예상되고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인 유류파동의 여파 등으로 두 차례의 호된 물가파동을 겪은 주부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대단하다.
인플레시대를 사는 주부들의 현명한 가계운영을 오는 6월15일∼7윌3일 일반여성을 대상으로 제2회 생활경제강좌를 여는 박혜경 교수(숙대·가정경제)로부터 들었다.
아직도 우리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70년대 초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이 땅을 휩쓸었던 토지·주택 등 부동산 투기와 생필품 사재기 등의 환물투기로 큰돈을 벌었다는 몇몇 사람들의 약삭빠른 치부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있다.
따라서 은연중에 화폐가치가 나날이 떨어지는 인플레시대에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보고 무언가 물건을 사두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환물심리를 크게 신봉하고있다.
더구나 빠듯한 월급을 쪼개 한푼 두푼 저축을 하느니, 필요한 욕구충족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별히 치부방법의 윤리를 강조해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요즈음처럼 인플레 속에서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구입한 부동산 및 내구성소비재 등이 현금화할 수 있는 판매망을 찾을 수 없어 투기로 인한 이득은 볼 수 없다는 것이 박 교수의 얘기다.
또 무절제한 소비는 가정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의 파탄을 가져와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즈음 같은 경제상황에서 주부들의 지혜는 나름대로 지난날에 모았던 재산관리와 알뜰한 가계운영으로 모아져야 한다. 비록 작지만 자신이 이룬 재산을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잠식당하지 않고 증식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박 교수는 월급생활자들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비교적 안전한 재산증식방안은 이사를 자주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부동산 투기업자들처럼 여분의 돈으로 여러 채 집을 사서 1년에도 몇 번씩 이사를 다니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고 또 월급생활자로서는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2∼3년에 한번정도 직장주택조합 또는 국민주택부금 등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혜택을 십분 활용하여 집을 옮기는 것은 재산증식의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주부는 평소 신문의 경제면 등을 열심히 읽고 전문가의 조언 등을 들어 정부의 주택건설계획·도시계획·세법 등의 새로운 정보에 밝아야한다.
저축의 방법도 연구해야한다. 은행과 투자금융 등 안전한 저축기관에서 취급하는 저축에도 종류에 따라 이율의 차이가 난다. 적금형태로 가장 유리한 것은 재형저축. 일단 만들어진 목돈을 불리는 방법으로는 1년 이상 예치할 수 있는 경우 우대특별 정기가계예금 (연 21.6%)이 유리한데 1가구 당 2백 만원까지 예금이 가능하다.
그밖에도 돈의 액수와 활용할 수 있는 기간 등에 따라 채권·증권·주식 등의 저축방법이 있으므로 열심히 정보를 얻어 가능한 이득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노력한다.
가계운영 방법에도 개선할 점은 많다. 우선 자신의 가정의 소비형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한 예로 대부분의 중류이상의 가정에서는 값싼 정부미대신 값비싼 일반미를 먹고 있다. 정부미는 80kg들이 1가마가 4만6천8백원. 일반미는 서울지역이 23일 현재 6만8천 원으로 정부미에 비해 45%이상이나 비싼 값이다. 한편 서울의 l일간 쌀 수요량은 80kg들이 3만5천 가마. 그 중 정부미는 71%에 해당하는 2만5천 가마다. 소비자 중 많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일반미만을 찾는 까닭에 정부미가 일반미로 둔갑하는 경우도 많아 그만큼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있다.
쇠고기 또한 마찬가지로 수입쇠고기는 6백g 1근이 2천8백 원인데 한우고기는 3천9백∼4천 원으로 43%이상 비싸다. 서울의 1일 소요량 소 6백마리 분 중 절반이 수입분.
그밖에도 가정용 전기요금은 8단계의 누진제로 되어있어 사용량이 늘어감에 따라 누진적으로 요금이 높아지는 만큼 주부들이 자신의 가정의 한달 전기사용량을 체크, 알뜰 작전을 펴 한 단계씩 낮추면 요금은 훨씬 줄어든다.
일정한 수입을 가지고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전과 같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값싸고 영양가 높은 식품류를 찾아 그 요리법을 연구하고 또 낡은 옷도 리폼으로 새롭게 입는 등 구질스럽지 않으면서도 알뜰 살림을 꾸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금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