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이식수술 국내 첫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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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골수이식수술이 성공을 거둬 난치병인 백혈병과 면역결핍질환 치료에 밝은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부속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학교실 김길영 교수(45)팀은 지난달 8일 재생불량성빈혈을 앓고있는 이은주양(13·서울 여의도여중1년)에게 쌍둥이 동생인 영주양(13·동교1년)의 골수를 이식하는 수술에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은주양은 3년 전부터 자주 코피를 흘리고 얼굴이 창백해져 수혈과 약물치료를 받아왔으나 증세가 계속 악화돼 지난 4월초 이 병원에 입원했다.
혈액검사결과 은주양은 혈색소가 정상인의 경우 피1백㏄속에 섞인 12g보다 많이 적은 5.2g이었고 백혈구도 정상인(입방 ㎜당 6천∼8천개)의 3분의 1내지 4분의 1인 2천1백개 밖에 되지 않는 재생불량성빈혈환자로 밝혀졌다.
재생불량성빈혈이란 피속에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만드는 골수간 세포가 모자라거나 없기 때문에 코피를 자주 흘리는 등 출혈이 잦은 난치병이다.
김 교수 팀은 은주양에게 일란성 쌍둥이인 동생 영주양의 양쪽 골반에서 골수혈액 5백㏄를 채취, 은주양의 골반에 이식하는 2시간30분간의 수술에 성공한 것.
골수이식수술은 골수간세포의 면역기능이 왕성해 이식 후 적응이 어려운데다 거부반응이 심해 국내에서는 그 동안 동물에만 실험적으로 수술을 해왔을 뿐이다.
다행히 은주양 자매는 일란성쌍둥이로 유전자와 염색체가 같아 조직적합항원(적합항원)검사를 한 결과 거부반응이 없어 수술을 단행할 수 있었다.
외국의 경우 재생불량성빈혈은 가족사이에 인체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한 사람이 있으면 서로간에 골수이식을 적극적으로 시행, 치료하고 있다.
은주양은 수술 1개월 후인 지난 10일 혈액검사결과 혈색소가 5.2g에서 7.5g으로, 백혈구는 2천1백개에서 5천8백개로 크게 늘어나 골수세포가 재생, 건강을 회복하고 있어 2주일 후쯤 퇴원이 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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