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맹시비」이어 미핵함기항 묵인설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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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즈끼」 (영목선행) 일본자민당 정부는 「이또」(이동정의)외상의 사임사태를 빚은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의「군사동맴」 시비에 이어 미핵무기 적재함들의 일본항구 입항을 허용하는 미일간의 비밀합의가 있었다는 「에드윈· 라이샤워」 전주일미대사의 발언이 겹쳐 심각한 정치적 시련에 봉착하고있다.「라이샤워」미주일대사 (미하버드대교수)는 17일 일본 마이니찌 (매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적재한 미항모및 순양함이 60년대초이래 일본에 기항하거나 일본영해를 항해 해왔으며 이는 미구간에 구두로 양해된 사항」으로, 일정부도 잘알고 있다』 고발언, 이제까지 비핵3원칙에 따라 핵적재함의 일본기항은 허용될수 없으며 그런 사실도 없다고 되풀이 해온 일본정부에 큰 충격을 주고있다.
「라이샤워」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도 이제는 사실을 솔직이 시인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일본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속이지말라』고 충고까지 하고 있다. 「스즈끼」수상은 「라이샤워」발언이 보도된 18일「소느다」 (원전직) 외상, 「미야자와」 (궁택희일) 관방장관등 수뇌회의를 열고 대책을 협의한 끝에▲ 「라이샤워」 전대사가 언급한 「구두양해」는 없었으며▲핵적재함의 기항이나 영공·영해등과도 비핵3원칙에 포함돼 사전에 일본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아직 그런 사전협의가 없었던만큼 기항이나 영해통과 사실도 없다는 종래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해명만으로 사태가 가라앉을 가능성은 전혀없다. 「기시」(안신개)전수상과「후지야마」(등산애일낭)전외상등 과거 미국과의 안보조약및 핵문제협의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은 「라이샤워」교수의 발언을 뒷받침 하고있다.
핵무기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간의 교섭과정을 보면 60년1월19일 신안보조약체결로 일본에서의 미병역 및 장비에대한 중대한 변경은 미일간 사전협의 대상이 됐으며 같은해 1월 「우지야마」외상과 「맥아더」 주일미대사의 구두양해에 따라「핵탄두및 중장거리 미사일의반입과 그기지건설」이 구체적인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같은 구두양해에도 불구하고 68년3월「미끼」(삼목) 외상은 국회에서 『핵적재함의 영해통과도 무해항해라면 아무 문제없다』 고 밝혀 기항이나 영해통과가 사전협의 대상이 아님을 시사한바있다.
그러나 71년 1l월 일본국회가 『일본은 책을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3원원칙을 결정한 이후로는 일방적으로 「기항과 영해통과」를 사전협의 대상으로 결정해 버렸다. 일본은 66년에 외무성의 통일견해를 통해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속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명백히 한바 있으며, 지금도 그 같은 정책에 변화가 없다. 자신의 방위를 미국의 책에 의존하면서 미핵 적재함의 자국기항이나 영해통과조차 인정치 않겠다는 것은 일본의 이기주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수 있다.
일본정부가 종래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것은 이제까지 국민에게 다짐해온 사실을 하루아침에 뒤엎기 어려운데다 이 문제가 정권 의존립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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