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는 고급두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두뇌, 재정적인 뒷받침, 사회적인 분위기 등 3개의 요소가 최상에서 마주칠 때 비약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고급두뇌는 배출기간이 길고 또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미 제5차 경제사화발전 5개년 계획 가운데 과학기술부문에서 지적했듯이 정예과학기술인력의 부족과 효율적 활용문제는 기술도약을 제한하는 최대요인으로 꼽히고있다.
절대 연구인원의 부족은 한두곳을 제외하고는 전 연구소가 안고있는 고질적인 문제로 통폐합 후에도,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
워낙 설립당시 각 연구소들이 기능적·지역적으로 분화됐기 때문에 통합했다해도 당분간 인력의 영세성은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형 연구소로 꼽히는 과학기술원과 에너지연구소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연구소의 평균 연구인원은 1백8l명으로 나타나 2백명선에도 못미치고 있다.
연구인원의 영세성으로 연구자를 재교육·훈련등에 빼돌리지 못해 많은 연구원들이 2∼3년이면 연구에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74명의 연구인원을 가진 C연구소를 보면 지난해 총28건의 연구 수탁을 받았고 여기에 이월된 연구과제까지 합치면 30여 과제가 넘어 한팀이 동시에 2개 이상의 연구과제를 떠맡아 진행시켜야 하는 실정이다.
전체인력구조상으로 보아도 연구인력의 불균형은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출연연구소 총인원 5천6백8명중 연구직은 44·0%(2천4백69명)이며 행정·기타직이 46·8%(2천6백22명)로 조직의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일반 연구기관은 연구자가 전체인원의 49·4%인데 비해 행정·기타직은 42·7%의 비율로 짜여져 있다.
연구보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직은 전체의 9·2%(일본7·8%)로 되어있다.
행정·기타직의 비대는 인건비와 간접비의 상승을 가져와 결국 높은 연구단가를 만들게 된다.
정부관계자는 앞으로 행정직의 증가는 최대한 억제할 것을 밝히고 있다.
연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연구조직은 상당히 잘돼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원들은 직급에 따라 책임·선임·원급으로 구분하고 직책은 부·실장으로 단순하게 조직되어 있다.
직급은 경력에 따라 구분되어 대개 피라밋 구조를 갖는다.
직책을 단순화 한 것은 연구원들을 연구과제에 따라 유동성 있게 팀을 짜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측이 가장 바라고 있는 점이다.
기계연구소 장석실장(40·건조연구실)은 『지금의 인력조직은 기능별·연구과제별로 이원화되어 있는 셈이다. 가능한 수직구조를 배제하면서 연구주제에 따라 그때그때 연구원들을 자유롭게 활용하는데 주안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이들 연구기관의 학위수준은 전체의 l5·7%가 박사학위소지자이며 30%정도가 석사학위를 갖고 있다.
이것은 국공립연구기관의 박사학위소지자 5·8%(의학제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대단한 고급인력의 확보로 평가될 수 있다.
기관당 평균 박사학위소지자 수도 국공립 및 산업체가 1명내외인 것에 반해 42명에 달한다.
그야말로 두뇌의 집합체인 셈이다.
4백명에 가까운 박사, 7백명이 넘는 석사, 1천2백여명의 학사를 포용하고 있는 이들 연구소들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의 연구개발을 이끌어 가는 중추기관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사이 이들은 인광석으로부터 우라늄을 추출해 내는 등 사실상 선진외국이 주지 않으려는 기술을 많이 개발해 냈다.
그러나 우리의 기술개발 수준이 미국의 5백분의l, 일본의 1백50분의1인 점을 생각하면 그 동안 고급두뇌의 확보 및 활용·지원에 최선을 다해 왔는가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장재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