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산 참사 10년…악몽 잊을 때도 됐지만 건널목 안전 시설 달라진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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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열차와 수학여생버스의 충돌로 46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의 부상자룰 냈던 충남 모산 건널목참사(70년10월13일)이후 10년. 또다시 2백33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순호 건널목사고가 날 때까지 건널목의 안전시설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모산 건널목 사고직후 당시 이룡 철도청장은 취임 첫 기자회견(70년10월27일)을 갖고 다음해인 71년까지 교통량이 많은 3,4층 건널목 90개소에 차단기를 설치해 1층 건널목으로 승격시켜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1종 건널목은 54개밖에 늘어나지 않았고 관리가 어려운 5종 건널목 3천3백개는 시설현대화를 서두르기는커녕 아예 폐쇄 조치해 버렸다.
더구나 사고직후 서둘러 설치한 모산 건널목 입체교차로 시설도 인도 폭이 50cm밖에 안돼 차량전용이나 다름없어 학생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직도 철길을 무단횡단하고 있다. 또5종 건널목을 별다른 대책 없이 폐쇄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이곳을 그대로 건너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바람에 철도건널목사고는 꼬리를 물어 지난 한해동안 2백3건이 발생,42명이 숨지고 1백69명이 부상했다.

<모산 건널목 입체시설>
철도청은 사고가 난 다음해인 71년 육교를 세웠으나 양쪽의 인도는 한 사람이 겨우 걸어다닐 수 있는 폭밖에 안돼 충남 정산군 배방이 공수리·배수리 등지에 사는 주민과 배방 국민학교학생·주민 등 2천여 명은 온양·아산으로 나가거나 국민학교 등·하교 때마다 철길을 무단횡단하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10년 동안 교사2명과 교통지도어린이 4명, 자모회원1명 등을 매일 등·하교 때 철길 양쪽에 배치, 어린이들이 철길을 건너는 것을 돌보아 주고있다.
이학 교 신현철 교장(63)은『전교생 1천3백31명중7백여 명이 철길을 건너 등·하교하고 있어 철도청과 군 당국 등에 해마다 여러 차례 보행자육교건립을 건의했으나 자금까지 예산부족을 이유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면서 『임시 건널목도 아닌 철길을 건너는 것이 위법인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어린이들에게 범법행위를 가르쳐야하는 실정으로 모산 건널목참사사건이후에도 철길을 건너던 주인과 어린이 등 3명이 열차에 치여 희생됐다』고 말했다.
이 육교는 하루 1만5천 여대의 각종 차량이 지나다녀 인도를 통행하는 것은 철길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건널목 예고 표지시설>
서울의 경우 경부·경인·경의·경원·경용·중앙·운산선 등7개 노선에 47개소의 건널목 (1총35개소, 2종1개소, 3층 6개소, 4종 5개소)이 있으나 이 가운데 l종 건널목인 태능 서울여대·연관·가좌·동고동 등을 포함한 23개소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교통안전표지인「건널목예고표지」가 한군데도 없다.
또 이 가운데 13개소에는 철도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할 건널목표지조차 없어 언제 대형참사를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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