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통제의 의지 길러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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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몇몇「10대」들에 의해 일어나는 각층 사건들은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나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일반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지 못했을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요즘 일어나는 살인·강도·폭력 등 강력 사건의71%가 청소년들의 범행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12대 청소년 범죄는 79년에 비해10%가 늘어가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살인·강도 등 강력범은 절반인48.8%가, 절도범은32.3%가 된다고 한다.
밝고 씩씩하게 자라나 야할 이들 청소년이 하찮은 이유로 사람을 죽이게 한다거나 또는 사람의 금품을 노린다거나 하는 것을 그대로 넘기기 어려운 사건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러한 문제청소년의 숫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며,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래의 영광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을 통계숫자로 미뤄볼 때 그렇게 낙관만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관계 당국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12세에서20세까지의 우리 나라 청소년의 수는 약7백28만 명이다. 그리고 같은 연령에서 살인·강도·절도 등 소년범죄자의 숫자와 음주·흡연·싸움 등 풍기단속으로 경찰의 신세를 진 청소년의 수를 합하면 작년의 경우 약26만7천명이다. 비행청소년의 숫자가 전체 청소년의 약3.7%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전체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때 1백 명중 3명 내지 4명의 청소년이 1년에 한번은 경찰의 신세를 진 셈이다. 그러니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수가 훨씬 증가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청소년시절에 한 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버리기에는 너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의 연구를 보면 청소년문제의 원인이나 대책은 한두 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경도로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가정·학교·사회가 다 책임이 있고, 근대화의 과정에서 오는 사회변동, 가치관의 혼란, 주입식교육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건전 서클의 지도, 고교 미 진학자의 특별지도 등도 제기되고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의 복합적인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필자는 오늘 특히 가정·학교·사회 등 우리의 주위에서 강한 의지를 기르는 교육이 미약하고 따라서 그러한 의지를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청소년들이 보다 더 현실적으로 인생과 사회의 근본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하는 교육이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또 자기 자신은 물론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러한 일을 실천하려고 하는 강한 의지를 길러야 한다. 짧은 우리의 인생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를 깨닫는다면, 그러한 보잘것없는 일에 목숨을 내걸지는 않을 것이다.
청소년 자신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며칠 전 한 길가에 있는 어떤 남자 중·고등학교 교문에서 일어난 일을 하나 회상해 보자. 아침 9시 전후의 등교시간이다.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학생이 교문에서 달려가고『저놈 잡아라!』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뒤따른다.
그 뒤에는 4O대 후반의 어머니가『저 애가, 학교를 안 가려고 하니 어쩌면 좋아요?』하고 두 손을 모아 선생님께 사과를 하고 있었다.
어떠한 곡절이 그 속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학생이 당당하게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이 매우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선생님과 부모들은 그 학생이 올바른 생활을 하도록 간곡히 타일렀을 것이다.
우리는 왜 그러한 학생들이 자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마음을 돌이키게 할 수 없는가?
가정은 이 인간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을 지고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가정이 이러한 일을 해대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약해져 가고있다. 이러한 때에 제2차 적으로 학교에 이 역할이 기대된다. 학교에서는 교과목만 가르치지 말고 인생을 가르치고 사회 속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자각하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학교는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여건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이점에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은 심각한 반성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강한 의지를 기르는 교육과 함께 자율적으로 자기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가 복잡하게 발달해가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쉽고 가정도 학교도 그들을 붙들 수 있는 힘을 상실해 가고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교육에 가장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는 가정과 학교에서는 청소년들 자신이 인생과 사회에 대해서 스스로 건전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달하고 우리의 생활이 풍요하게 되어도 결국 그러한 일은 인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과 일본의 청소년 전문가들은 풍요한 사회에서 성장한 오늘의 청소년들이 영광 속에 숨어 있는 고통을 이겨내는 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빛나는 내일의 영광을 위하여 오늘의 고통을 참고 노력하는 강한 의지를 갖도록 지도해야겠다. 그리고 그 중요한 책임의 일부는 특히 가정과 학교에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 청소년들이 스스로 건전한 인생관을 확립하도록 하는 방법의 연구에 우리의 모든 지혜를 모아야할 것이다.
▲59년=서울대 졸업
▲69년=미「하와이」대학원 석사
▲72년=미「시라큐즈」대학서 박사학위
▲72년=동국대 조교수
▲74년=서강대부교수
▲현재 서울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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