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은행 5곳 해킹 … 금융사기 우려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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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JP모건을 비롯한 최소한 5개 미국 은행이 심각한 해킹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들은 27일(현지시간) 해커들이 은행들 네트워크에 침투해 수 기가바이트의 정보를 훔쳐갔다고 보도했다. JP모건 외에 다른 은행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패트리셔 웩슬러 JP모건 대변인은 “JP모건 정도 규모의 기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이버공격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흔히 있는 일이라는 뉘앙스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일상적인 해킹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수사 수위가 심상치 않다. 이미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이 함께 수사를 벌이고 있다. 비밀경호국은 금융범죄 수사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조직이다. 다수의 보안업체들도 수사에 참여중이다. 블룸버그는 수 기가 바이트에 달하는 정보 유출 규모는 향후 금융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몇몇 은행에선 고객들의 당좌계좌와 저축계좌 정보가 도난당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의 홍콩과 인도 사무실 컴퓨터도 악성 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커들이 계좌정보를 빼가기 위해 악성 코드를 심은 것으로 의심됐다. 공교롭게도 JP모건은 최근 몇 달 사이에 국방부 출신의 보안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했다. 해킹을 당한 은행들에서 고객들의 돈이 털린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해커들이 계좌정보를 훔쳐냈으면 돈은 언제든 빼낼 수 있다.

 이번 해킹의 동기와 배후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현지 언론들도 제각각이다. 애초 블룸버그는 FBI가 러시아 해커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수사중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데 따른 보복성 해킹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해커의 소행이라고 단정짓기는 시기상조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객 피해 여부 파악에는 며칠이 더 걸릴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정보 유출이 불안한 고객들은 당장 계좌의 본인 인증 절차를 더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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