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내고 쏜살같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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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 책자들은 특히 10대들에게 날개돋친듯이 팔린다. 가끔 일제단속으로 경찰에 압수돼온 음란서적과 음화들을 보면 처음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만든것도 3분의1이 넘는다.
작년3월 음란서적을 제작하다 붙들린 김모씨(28)는 『서점가에서 2만, 3만부만 팔리면 잘팔리는 책이라고들 한다던데 그렇다면 우리가만든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였다고 태연히 경찰에서 진술했다.
한때 버스정류장등 큰거리의 가판대에서 주간지와 나란히 공공연하게 나돌던 성인만화도 청소년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어느 복서와의 사랑」「어떤 정사」「김일성의 낮과밤」등이 이런 성인만화의 제목들.
표지도 자극적이지만 내용도 노골적인 성묘사로 가득하다.
Y중학 최모교사는 『음란서적이 나돌때는 교실만 들어가도 벌써 분의기가 열기에 차 들며있다』고 말하고 『최근에는 제목도 없는 등사판 책이 나돌아 한학생이 1천원에 사봤으면 다음학생으로 전달될 메마다 1백원씩이 할인되면서 돌려븐다』고 음란서적에 호기심이 많은 학생들의 풍조를 설명했다.
그 영향이 1차적으로 나타나는곳은 학생들의 낙서장. 간만한 욕실이나 특정한 신체의 부위를 외설스럽게 그리는것은 이미 낙서로서는 고전에 속한다. 불량서적에서 읽은 내용에상상력을 가미해 긴작문을 쓰는가하면 교내 여교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일까지 일어난다. 최교사는 학교당국이 화장실의 낙서를 수시로 지우긴하지만 낙서가 극성스러워질때 학생들의 소지품과 책가방검사를 해보면 틀림없이 음란출판물이 발각된다는 얘기였다.
청소년들의 독서가 불량출판물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전한 책을 대하는 청소년들의 테도도 달라지고 있다.
D고교의 독서지도담당 김모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정해준 『죄와벌』 『안네의 일기』 『백범일지』등 우량도서보다는 최근작가의 히트작, 그리고 두꺼운 책보다 다이제스트판이나 문고류를 더 찾는다고 요즈음 학생들의 독서경향을 지적한다. 이유는 이런 책들이 『흴씬재미있고 이해도 빠르다』는것.
김교사는 이보다 『딱딱한 교과서ㆍ참고서를 대하다보면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는데 고전은 오히려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는 대답이 더 많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의 독서열이 없어진 것은 시대 자체가 활자미디어 보다는 전파(TV렀捉嘲ㆍ의 홍수에 덮여있는 탓이기도 하다, 청소년문제연구소의 여가시간조사(80년7월)를 보면 공휴일에 여가를 「교양서적을 보며 지낸다」(8%)는 학생보다「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다」(27%)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른바 청소년사이에「전파매체세대」가 성장했다는 증거. 고대 임희섭교수(사회학)는 『전파매체세대는 어떤 문체에 대한 심각한 접근이나 사색을 싫어하고 눈으로 본내용에 감각적으로 반응해 몸으로 익히는 특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따라서 책을 안읽거나 읽더라도 충돔적인 욕구를 빠르게 채울수 있는것으로 기울어질 수밖에없고 영화나 TV매체에 더욱 밀접해진 지금의 어린이들이 자라나면 이현상은 더욱 심화될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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