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고물」없어지려나... 후원금 「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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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원금의 풀제운영이란 민정당의 제의를 계기로 정가에선 다시「돈」얘기가 만발하고있다.
과거의「떡고물」논 같은 폐단없이 필요한 액수를 조달하는 한방법으로 정당후원회란 새로운 조달방식이 나왔지만 집권당엔 쓸리고 다른 당엔 야박한 돈흐름의 컨트롤이 현실문제로 등장. 그래서 풀제운영의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여기에는 또 법취지에 어긋난다는 말썽의 여지가 거론돼 돈문제는 이래저태 정계의 골칫거리다.
○ 정당후원회구성에 대해 민정당은 두번 입장을 번복. 지난 4월9일 권정달총장은 『5월초에 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가 1주일후엔 『기업의 돈으로 정당을 운영하면 부작용이 따른다』고 후원회구성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선회.
그 배경에는 기업들이 민정당에만 몰리는 집중현상을 보여 타당이 후원회구성을 못하면 정당간 협조무드에 금이 간다는등의 문제점이 제기됐기때문.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것이 풀제운영인데 이안은 민정당의 독자적인 작품이라기보다는 당내외 합작아이디어라는 것이 지배적 관측.
지난4월24일 민정ㆍ민한ㆍ국민 3당 사무총장회담에서 권총장이 이 안을 내놓기 직전 모당직자가 사직동이재형대표위원에게 보고하고 고위층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초 후원회를 단일화하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l개 정당이 1개후원회를 두고 후원금 상한액을 연20억원으로 한 정치자금법에 걸려 좌절됐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자니 입법회의제정법의 개폐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므로 법개정은 고려에서 제외.
풀제운영은▲특정정후원금이 타당으로 전용됨으로써 탈법적ㆍ편의적 운영이라는 비판과 ▲민정당후원회와 타당후원회의 모금액에 심한 불균형이 있을경우 민정당자금으로 타당을「육성」한다는 인상을 주는것이 가장큰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민정당측은 기업이「공동관리위」에 돈을 내는격이 되어 타당도 후원회구성이 손쉬워지고 「민정독식」의 인상을 배제할수 있다고 보고 후원회의회원ㆍ기부금액등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해 후원회제도의 정착을 꾀한다는 방침.
○ 민정당이 후원금에 의지하는 비율은 전체당운영경비의 40%가 채안되리라는 전망. 권총장은 『우리는 당비로도 꾸려갈수 있으므로 모금기준은 다른당 사정에 달렸다』며 『타당의 월경상비가 나오면 전체규모를 역산해볼수 있지않느냐』고 했다.
민정당은 5월부터 당운영경비를 3억5천만원으로 잡고있는데 그내용을 보면 인건비를 공무원수준(판공비포함)으로 인상해서 국장=2급(2갑) 부국장=3급(2을) 부장=3급(3갑) 대우로하고 보너스 연5백%를 지급하면 1억7천만원▲당사관리비등 6천만원▲지구당 관리비가 시ㆍ도지부 1백5십만원, 지구당 약 1백만원으로 약 1억원등이며 이 자금은 당비(2억원)와 후원금으로 90%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되면 후원금은 한달1억3천만원, 연15억원이 되고 공동관리위참여 정당이 민정ㆍ민한ㆍ국민3개 정당이면 25억원, 의정동우회도 포함되면 27억원정도는 모금해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민정당이 연15억원의 배분을 받는다면 민한당은 8억원, 국민당은 2억5천만원을 받게된다.
○ 민한당운 후원외구성이 당론으로 정식 결정되면 신상우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후원회구성추진위원회부터 발족시킬 계획. 현재 목표의원은 1차로 4백∼5백명.
모금액은 매월 3천만원정도면 아쉬운대로 쓸만하다는 계산이지만 의석비율로 따져보면 이경우 민정당에 6천만원도 채 안돌아가기 때문에 민정측의 자가필요에 의해서라도 3천만원 보다는 훨씬 많은 배당이 있을 것으로 기대.
회원은 중앙에서 당간부들이 친분있는 기업인들을 설득하거나 유관기업체를 끌어들여 3백여명 정도 확보하고 지구당별로 2명씩 확보한다는 것.
신총장은 『오늘과 같은 현실에서 누가 야당후원회를 자청하겠느냐』며 민정ㆍ국민당 사무총장과 함께 경제단체를 순방하면서 공식적으로 가입을 요청할 뜻을 비쳤다.
신총장은 민정당이「보증」만 해주면 기업이 굳이 민한당을 기피하지 않을것이라며 민한당후원회 구성의 성패는 민한당자체력량 보다는 정부와 민정당의 태도여하에 달려있음을 은근히 시사.
가령 제벌그룹의 주력기업은 민정당회원으로하되 관계기업은 민한당회원이 되도록 교통정리를하는 방법까지 제시되고 있다.
민한당은 자금의 풀제운영에 대해선 문제점이 있다고 보면서도 확실한 자금확보가 되리라는 점에서 내심으론 크게 환영하는 눈치.
○ 『야당의 입장에서 후원회가 될법이나 한 말이냐』며 『안하겠다』고 짤라 말했던 국민당의 김종철총재는 막상 민정당쪽에서 풀제제의가 나오자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이지만 3당사무총장간에 합의가 되었다니 따르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김총재는 과거 공화당의 경험에 비춰 정당이 졍치역량보다 사무조직에 치중하면 돈이 많이 드는 법이라고 지적하고 풀제에 의해 「공돈」이 들어오든 안들어오든 살림을 줄여 당비로당을 운영해야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내의 압도적 여론은 풀제운영에「고무적ㄴ이란 반응.
한 관계자는 후원회구성의 손쉬운방법으로 당간부와 소속의원들이 관련된 기업과 관련인사를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자와 업체를 보면▲김종철총재(한국화약)▲윤석민부총재(대한선주)▲이종성전당대회의장(충남방적) ▲조정구재정위윈장(삼부토건)▲이성수(재일기힉)▲이성일(부신산업)▲김영생(태영방업) ▲김기수(청경기업) ▲이필우(동일운수)▲조덕현(한서교릉)▲노차태의원(영진건설) 등으로 적챦은 숫자.
여기에다 지구당위원장들이 각1, 2명씩 추천하면 약 50인∼60인명정도로 일단 구색은 갖출수 있을 것이란 얘기.
○ 후원회구성논의에 대해 재계에선 아직까지 관망상태.
전국경제인연합회의고위간부는『정치인들로부터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없어 재계인사간에 거론된 일이없다』며 그러나 가급적 기업인들은 정당의 후원회보다는 종전방식의 기탁금제도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간부는 기업인들이 정계와 손을댔다가 혼줄이 난적이 적지않기 때문에 정치기피증에 걸려있는 상태라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후원회에 가입하는 것을 탐탁해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현재의 경제여건으로 재계에서 갹출할 수있는 여력은 최고 년10억원정도이며 대상기업체수도 5백개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경련회원은 4백29개사, 월간회비가 1억8천만원정도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연간 10억원이상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정당별 모금 보다는 창구의 일원화가 재계의 요망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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