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6대 1 … 위례의 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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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쟁률 2746대 1. 이틀간 청약증거금 5276억원.

 2007년 인천 송도지구에 휘몰아쳤던 ‘청약 열풍’이 위례신도시에서 재연됐다. 주인공은 아파트도 아니고 오피스텔도 아니다. 다소 생소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다. 이 용지는 4층 이하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1층에 건축 연면적의 40%까지 상가를 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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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7일 “26일부터 27일 오후 2시까지 진행된 위례신도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45필지 청약 접수 결과 1만7531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평균 경쟁률은 390대 1, 최고 경쟁률은 2746대 1(예정지번 2104-1)에 달했다.

 이틀간 들어온 청약증거금(청약 때 내는 돈)만 5276억원에 이른다. 청약자가 몰려 인터넷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돼 청약 일정도 당초보다 하루 더 연장됐다. LH는 26일 오후 4시까지 청약 접수를 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오후 인터넷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돼 27일 오후 2시까지로 연장했다. 과거에도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된 예가 있지만 이로 인해 청약 일정을 하루나 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총 분양가가 필지당 9억~17억원에 이르고, 청약증거금이 3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드롬’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당첨만 되면 수억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청약 광풍을 몰고 왔던 송도지구 더프라우 오피스텔(평균 경쟁률 4855대 1)이나 청약증거금만 6조원이 넘었던 용산 시티파크(2003년)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 열풍과 닮았다는 것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례신도시에서 한꺼번에 발산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사실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는 이번만큼은 아니지만 그동안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주거와 임대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LH가 인천 청라지구에서 분양한 단독주택용지는 최고 39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일반산업단지에서 나온 단독주택용지는 72필지 분양에 1만 명이 접수시키기도 했다.

 이 땅을 산 사람들은 대개 4층에 본인이 거주할 공간을 들이고 1층은 상가, 2~3층은 원룸 4채 정도를 들여 임대한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직접 거주도 하면서 월세로 300만~500만원씩 벌 수 있는 셈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PB팀장은 “거주와 임대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어 특히 은퇴자나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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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례신도시 점포 겸용 용지는 여기에 ‘강남권’이라는 지역적 이점이 더해졌다. 이번에 분양된 필지는 모두 행정구역상 성남시에 속하지만 위례신도시 자체가 ‘강남 대체’ 주거지로 개발하는 곳이다. 이 덕에 그동안 위례신도시에 분양한 아파트·상가는 행정구역을 막론하고 어김없이 수요자들이 몰렸다. 지난 21일 호반건설이 청약 접수를 한 호반베르디움 아파트도 행정구역이 성남이지만 1순위에서 6000여 명이 신청했다.

 특히 이번에 나온 용지는 신도시 내에서도 입지여건이 좋다는 평가다. 서울 지하철 8호선 복정역이 가깝고, 주택단지 앞으로 창곡천이 지난다. 상업용지도 인접해 있어 주거 쾌적성이나 편의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파구 장지동 위례박사공인 김찬경 사장은 “입지여건이 좋고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실수요는 물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계약 직후인 다음달 17일부터 전매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를 자극했다. 게다가 청약 전부터 당첨만 되면 웃돈이 최고 1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청약 열풍이 완성됐다. 송파구 문정동의 A공인 관계자는 “당첨되면 곧바로 되팔겠다며 마이너스통장에서 청약증거금을 대출한 사람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세 차익은 과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LH 위례사업본부 관계자는 “분양가를 최근 거래된 점포 겸용 용지(협의양도인택지) 실거래가에 근접하게 책정했다”며 “이들 용지에 형성된 웃돈까지 모두 계산해 책정한 만큼 중개업소들이 말하는 웃돈엔 거품이 끼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매를 하려면 최초 분양가 이하로 팔아야 한다. 이를 LH가 확인해야만 소유권 이전이 된다. 직접 집을 지어 살려는 실수요라 해도 부담은 작지 않을 것 같다. 보통 5억~6억원에 이르는 건축비를 고려하면 총 투자비용이 15억~22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문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예상만큼 웃돈이 붙지 않아 거래가 끊기면 자칫 수억원짜리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황정일·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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