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D 프린터 기술로 대동맥질환 수술 성공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내 최초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고난이도 심혈관질환인 대동맥질환 수술이 성공했다.

3D 프린트 기술은 최근 사회의 전반에 걸쳐 제3의 산업 혁명이라 여겨질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다양한 의학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비인후과와 치과가 치료에 필요한 인공 보형물을 제조하고, 다른 임상과는 인공 장기의 제조가 시도되고 있으나 안정성의 문제로 제한적인 가운데, 심장수술 분야에 3D 프린트 기술을 이용한 사례는 처음이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센터(흉부외과) 송현 ․ 강준규 교수팀은 3D 프린터로 출력한 대동맥 모형으로 정확한 수술 계획을 세워, 지난 4월 대동맥류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강씨(남,60세)의 수술을 성공시킨데 이어, 7월 대동맥 박리증 환자인 오씨(여, 60세)의 수술 및 시술도 성공했다.

오씨는 2012년 12월 심한 가슴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증을 진단받았다. 심장에서 분출된 혈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탄력 있는 혈관인 대동맥을 통하여 전신 장기에 도달하는데, 오씨는 심장과 바로 연결된 대동맥 부위가 찢어지는 A형 대동맥 박리증이라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급성 A형 대동맥 박리증의 경우 질환의 발생과 동시에 전체 환자의 4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 시간을 넘길 때마다 사망률이 1%씩 늘고, 이틀 후에는 환자 절반이 사망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의료진은 병이 있는 부위의 대동맥을 제거하고 인조혈관으로 대치하는 '혈관대체술'을 시행했다. 수술은 성공해 부풀어 올랐던 대동맥이 정상의 크기로 돌아와 오씨는 건강하게 퇴원했다.

문제는 올해 7월 검사결과, 수술 받은 대동맥과 바로 이어지는 하행대동맥에 다시 대동맥 박리가 일어나 혈액이 흐르지 말아야 할 곳(가강)으로 피가 흐르는 것이었다. 의료진은 평소 고혈압이 있던 오씨가 혈압으로 대동맥이 파열되는 것을 막기위해, 우선 혈압을 낮추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하지만 하행대동맥의 지름이 6 cm을 넘기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 및 시술을 결정했다.

수술팀은 수술 전 환자가 3차원 입체 대동맥 CT검사로 촬영한 대동맥을 3D 프린터로 그대로 출력하고, 환자의 대동맥 실물과 같은 모형을 보며 몇 차례의 수술계획을 세웠다. 대동맥 질환 수술은 그 난이도가 높고 수술 중에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 또는 수술 후 사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전 계획이 그 어떤 수술보다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가슴을 크게 절개하여 망가진 대동맥을 모두 드러내는 수술을 하지만, 최근에는 그물망으로 만들어진 '스텐트 그래프트'를 삽입한 스텐트 시술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술팀은 시술과 수술의 장점만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수술을 결정했다.

스텐트 시술에 앞서 흉부외과에서는 뇌로 분지되는 혈관(경동맥)과 뇌와 좌측 상지로 분지되는 혈관(쇄골하동맥)이 시작되는 부분을 막아서 뇌손상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측과 좌측 경동맥, 좌측 경동맥과 좌측 쇄골하동맥을 인조혈관으로 연결하는 경동맥간 우회로술을 계획했다.

이후 영상의학과에서 스텐트를 삽입하여 박리가 처음 시작된 대동맥의 구멍을 찾아 막기로 결정했다. 이는 건물의 큰 기둥에 구멍이 생겼을 때 시멘트를 발라 물이 새지 않게 하듯이, 그물망으로 구멍을 막아서 대동맥의 파열을 방지하는 것이다.

심뇌혈관센터 강준규 (흉부외과) 교수는 “특히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가 극심한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복부에 심장박동에 따라 움직이는 덩어리가 육안으로 확인되는 경우, 정기 건강검진에서 심장 근처의 종격동(해부학적으로 양측 폐를 분리하고 있는 조직과 기관)이 넓어진 소견이 관찰된 경우 반드시 대동맥 질환을 의심하여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뇌혈관센터 송현 (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의료계에서 3D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동맥류 환자의 수술이나 시술에 앞서 환자의 장기를 직접 만들어 치료계획에 처음으로 적용시킨 것에 의의가 있다. 앞으로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모든 대동맥류 환자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인기기사]

·지난 10년간 동네의원 '힘들다' 빈말 아니었네 [2014/08/26] 
·"6년 후 125조원 푼다" 액티브 ○○○의 정체는? [2014/08/26] 
·확 내린 종합병원 4인실 본인부담률 얼마? [2014/08/27] 
·고대안산, 단원재난센터 설립 심포지엄 [2014/08/26] 
·양순재 서울의료원 의무부원장 [2014/08/26]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