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못 박히기 전 끌려간 「고난에 찬 길」위치 틀리다-예루살렘 성경학교 「오코너」신부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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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활절을 맞아 세계각지의 성지 순례 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가운데 한 성경학자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끌려갔던 『고난에 찬 길』 (바이어 돌로로사)의 위치가 잘못 됐다는 주장을 제기, 큰 관심을 끌고있다.
「예루살렘」 구 시가에 있는 성경학교 「에콜·바브리크」의 「도미니코」회 소속 성경 학자 「체럼·머피·오코너」신부는 최근 『고난에 찬 길』이 완벽한 역사적 고증보다는 신앙을 바탕으로 설정된 것이어서 실제 위치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주장은『고난에 찬 길』이 현재 위치와는 반대쪽인 구 시가 서쪽의 장터나 「터키」인들의 빈민가 어디쯤일 것이라는 최근의 성경해석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있다.
현재 「예루살렘」에는 예수「그리스도」의 부활메시지를 회고하고자 세계각지에서 10만명의 성지순례 객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진짜 『고난에 찬 길』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고난에 찬 길』은 예수「그리스도」가 사형선고를 받았던 「로마」 총독관저 「프래토리엄」으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힌 「갈보리」산에 이르는 9백m 정도의 좁다란 인도다. 순례 객들은 이 길을 따라가면서 14개소의 성지를 참배하고 있는데 이들 중 6곳은 「갈브리」산과 예수의 무덤을 둘러싼 동굴교회 속에 있다.
최근 학자들은 「로마」총독관저가 「헤롯」왕의 궁궐이 있는 구 시가 서부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의견의 일치를 봤다. 「오코너」신부는 「로마」어 성경에 「글디오·빌라도」 총독이 법정의 높은 곳에서 예수를 심판했다는 내용으로 볼 때 이것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예루살렘」에 최초로 성지를 지정한 사람은 「콘스탄틴」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여왕이었다. 서기 325년 그녀는 당시 이교도의 사원이 세워져있던 예수의 동굴무덤을 비롯, 「베들레헴」이 예수탄생지, 예수가 승천한 「올리브」산의 동굴 등을 찾아냈다. 그후 어림짐작으로 각 성지를 지정했었다.
『고난에 찬 길』에 대한 전통은 세기를 통해 크게 변화됐다고 밝힌 「오코너」신부는 『초기 기독교도들조차 진짜 길을 확인했었는지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고난에 찬 길』은 15세기 「유럽」신학자들의 성경해석을 바탕으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큰돈을 끌어내기 때문에 한 때 성직자들이 자신들의 교회 옆을 지나가는 길이 진짜라고 우기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이곳의 목사들은 독자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코너」신부는 『각기 다른 성경해석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에는 현실을 순례 객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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