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독립과 권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8대 유태흥대법원장 임명절차가 끝나고 그의 제청에따라 대법원판사13명이 새로 임명되었다. 이로써 입법부의 원구성에 이어 제5공화국의 모든 헌정기구가 완전히 정비되었다.
사법부의 전예없는 대폭적인 개편은 시대변화와 함께 그 체질개선이 어느 때보다 요청되고 있는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각별한 뜻을지니고 있으며 국민들의 기대 또한 크다.
새사법부가 젊어진 시대적 사명이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가운데 법의 생활화를 주도하고 낡은 권위주의의 굴례를 과감하게 탈피함으로써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받는 사법부를 이룩하는데 있음은 새삼 지적할필요도 없다.
신임 유대법원장이 취임회견에서 『우리나라에는 3권분입이 확립되어있어 앞으르 사법부의 독립이 위협받는일은 없을 것이며, 국민에 봉사하고 국민의 편익을 재공하는 사법부가 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은 그런 뜻을 함축하고 있는것으로 짐작된다.
새사법부가 당면한 최대과제는 두말할것도 없이 그 독립과 권위를 회복하는데 있다.
사법부의 독립은 국가협력이나 상급기관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우리의 헌법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 것도 독립의 보장없이 공정한 재판은 기약될 수 없기때문이다. 사법부의 독립이야말로 국민의 신임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지난날의 사법부가 법과 양심의 최후의 보루로서 과연 그 기능과 책무를 다했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많음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었다. 구헌법하에서 법관의 임면·전보·연임권등을 대통령이 쥐고 있었기 때문에 사법부의 독립은 뒷전에 밀리고 행정부의 눈치를 염두에둔 재판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새헌법은 법관의 임면·전보·연임권을 대법원장이 갖게 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으며, 징계처분에 의해서도 법관을 파면할수 있도록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법관의 신분보장을 강화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을 강화하면서 법관의 신진대사를 촉진, 사법업무의 능률화를 의도한 제도적 개혁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이 제고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새로 구성된 사법부의 첫번째 일이 이같은 헌법정신의 구현에 있음은 물론이다. 유대법원장이 국민에게 봉사하고 편익을 제공하는 사법부를 이룩하고 관요주의적인 권위와 독선을 뿌리뽑겠다고 한것도 그러한 맥낙에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은 제도적보장만으로 성취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모든 법관이 양심과 양식에 따라 용기를 가져야만 공정한 재판이 기약될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해 기본권을 보장하고 새시대가 지향하는바 정의사회구현의 기능을 완수하는데 있다. 사법부의 독립도 따라서 그자체가 목적일수는 없으며 인권옹호기능을 다하기 위한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는 법관의 독립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와함께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수 있게끔 법관을 전문화해야하며 법관증원으로 하루평균 1·3건씩 사건을 처리해야하는 법관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는 일도 시급하다. 법관부족으르 인한 소송의 지연이나 잦은 오판등은 결과적으로 인권옹호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줄뿐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산 주요원인의 하나였음을 이기회에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새대법원장과 신임대법원판사들의 취임을 경하하면서 이번 사법부개편이 국민 모두가 존경하고 신뢰하는 사법부상이 정립되고 이나라 사법제도의 발전을 기약하는 계기가 될 것을 간절히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