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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되는 비용 사시 6333만원 로스쿨은 1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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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소재 대학교 법대를 나온 권모(27)씨는 3년째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가 된 대학 동기들이 적지 않지만 권씨에게 로스쿨은 ‘그림의 떡’이다. ‘고(高) 스펙’을 요구하는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부터 난관인 데다 들어가서도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3년이나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권씨는 “500만원이면 사시 종합반을 1년간 다닐 수 있다”며 “ 형편이 어려운 편은 아닌데도 웬만한 로스쿨 3년 학비가 6000만원이 넘어 감당할 여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연평균 로스쿨 등록금(입학금 제외)은 국립대가 1000만원대, 사립대가 2000만원대에 이른다.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되기 위해선 사법시험보다 연평균 두 배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전북대 천도정(경영학) 교수와 중앙대 황인태(경영학)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유인 실증분석’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 시점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4.77년간 연평균 2217만여원, 총 1억579만여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시는 시험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6.79년간 연평균 932만여원, 총 6333만여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각 선발제도를 통한 변호사 자격 취득자들의 평균 연령과 수험 기간 등을 바탕으로 평균 학비·생활비·학원수강료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연구팀은 이 수치를 통계청 소득 10분위 통계와 교차 분석했다. 그 결과 로스쿨 도입으로 수입이 가장 적은 1분위(월 87만여원)부터 7분위(월 462만여원)까지 전체 70%의 국민이 경제적 이유로 법조계 진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시는 1, 2분위(월 소득 182만여원)를 제외한 전 계층에서 도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로스쿨 도입으로 ‘기회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경제학적 모델을 통해 실증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2009년 개원 후 6년째를 맞는 로스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철환 대한변협 회장은 “2017년이면 사시가 폐지되는데 이를 대체하는 로스쿨 체제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법조인 양성시스템에 대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민제·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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