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처벌 "여전히 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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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ㆍ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는 엄중히 다룬다는 방침에도 가해자 10명 중 8명은 5년 미만의 징역형 또는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친고죄 조항 등을 삭제한 개정형법 시행 이후 선고된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 판례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드러났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피고인 244명을 분석한 결과 1심에서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은 219명 중 170명(77.6%)은 5년형 미만의 징역형 혹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분석 대상의 75%가 법정형 5년 이상의 강간죄와 준강간죄로 기소됐는데도 상당수가 기본형에 못 미치는 처벌을 받은 것이다.

여성변회는 "양형기준은 올렸지만 일선 법원에선 여전히 권고형보다 낮은 형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법원의 가중·감경 경향에 대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가중요소와 감경요소가 뒤섞여 있을 경우 판사의 재량으로 한쪽만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변회는 "최소한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주된 감경 사유로 삼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잠든 딸의 친구(13세)를 강간하거나, 술에 취한 14세 청소년을 윤간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인정된 경우에도 피해자와 합의한 후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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