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기는 아르빌] 上. 6개월 만에 찾은 자이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 지난해 10월 초 아르빌의 자이툰 부대(上). 6개월 만에 다시 찾아간 그곳은 활짝 피어난 유채꽃만큼이나 여유가 넘쳐나고 있었다.아르빌=서정민 특파원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자이툰 부대에는 유채꽃이 가득했다.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마련한 제2차 자이툰 부대 합동 취재에 본지 서정민 중동전문기자가 참가했다. 파병 8개월을 맞아 본격적인 평화.재건 활동에 나선 자이툰 부대와 이라크 북부 아르빌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자이툰 부대.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자이툰 부대에는 활기가 넘쳤다. "이제는 자리를 완전히 잡고 대민 봉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부대장 황의돈 소장의 자신감 넘친 말이다. 부대 입구부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은색 철조망 울타리가 입구 양쪽으로 수㎞ 펼쳐지고 있다. 검문소 좌우에는 궤도형 장갑차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1월 새로 추가 도입된 방호 체계다. 위병소에는 현지인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부대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위병소에는 한국 전통 양식인 팔각정 모양의 고가 초소도 등장했다.

100만 평 부대의 중심인 관측소(OP) 위에서 내려다 본 자이툰 부대는 '봄 꽃동산'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황량했던 구릉과 벌판은 이제 노란 유채꽃 물결이 가득했다. 그 꽃동산 사이에 695동의 컨테이너 막사와 15개 에어돔이 줄을 맞춰 서있다. 부대 내 도로도 아스팔트로 포장됐다.

장병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흘렀다. 6개월 전 고된 작업에 먼지와 땀으로 얼룩진 얼굴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장병들은 부대별로 오리 농장을 만들기도 하고 내무반에서 강아지를 기르고 있었다. 분수대 물속에는 팔뚝만한 잉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화장실 변기에는 비데까지 설치됐다. 러닝머신.사이클.벨트마사지 등 각종 헬스기구가 비치된 체육관에는 체력 단련 중인 장병들이 가득했다. 종교생활을 위한 교회.성당.사찰.이슬람 사원도 문을 열었다. "한국보다 더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수송대의 정진교 일병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정 일병은 "휴식시간에는 인터넷.노래방.오락기에 붙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고 있다"고 내무반 생활을 설명했다. 장병들은 관측소 옆에 마련된 140m 길이의 국궁장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민사협조본부장인 안학수 대령은 "이제 화살이 시위를 떠나듯 민사작전이 본격 진행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르빌=서정민 특파원

C-130 수송기 타보니
착륙 직전 반군 미사일 공격 피하려
급강하…90도 회전…지그재그 비행

8일 오후 한국의 58항공수송단(다이만 부대)이 주둔하고 있는 쿠웨이트 북부 알리 알살림 미 공군기지. 1991년 걸프전 당시 파괴된 20여개 격납고 사이의 활주로에서 80t의 공군 C-130 수송기가 굉음을 내며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있는 자이툰 부대 인근 하울러 공항까지 900여 ㎞의 위험한 비행을 앞둔 조종사의 얼굴에는 긴장이 감돈다. 오후 2시. 수송기는 30도 이상으로 달궈진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륙한 수송기는 60도 이상의 급상승을 계속했다. 10분 만에 고도 2만2000피트(약 6.7㎞)까지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저항 세력의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륙 18분 만에 진입한 이라크 상공. 비행대대장인 이해원(42)중령은 바그다드 남부 '죽음의 삼각 지대'와 북부 '수니파 삼각 지대' 상공에 종종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수니파 저항 지역인 발라드 상공에서는 미군 전투기 2대가 갑자기 급강하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비행 1시간50여 분. 아르빌 상공에 이른 C-130이 갑자기 급강하를 시작했다. 저항 세력의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한 이른바 '전술 비행'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도착지를 불과 수㎞ 남기고 4~5분간 지그재그 곡선을 그리며 고도 6700m에서 150m까지 급강하를 했다. 수송기 동체가 90도 회전과 급강하를 거듭하면서 몸이 붕 뜨기도 하고 내장이 무언가에 눌리는 듯한 고통이 반복됐다. 현기증과 함께 메스꺼운 구토 증세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 중령은 "이 수송기를 타고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고통을 겪었다"며 웃어 보였다.

고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즈음 수송기는 아르빌 하울러 공항에 착륙했다. 오늘로 다이만 부대는 지난해 10월 파병 이래 291회의 출격을 성공리에 완수했다. 그동안 4대의 C-130 수송기를 이용해 총 7800여 명의 병력과 600여t의 화물을 수송해 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