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가난한 집 어린이들과 함께|서울YWCA 자원봉사자 봉천동 위원 전금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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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Y에는 3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어 때에 따라 여러 종류의 일거리를 맡아 처리하고 있어요. 특히 Y장날이나 바자에는 이둘 전원이 동원됩니다.
서울YWCA 봉천동 위원으로 있으면서 어린이 놀이반이나 어린이 골목도서실의 후원금을 위해 한 달에 2, 3회씩 자금 모금 상점을 여는 전금숙씨(45·서울 성동구 송정동22)는 자신도그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씨를 비롯한 봉천동 Y위원의 후원금 마련방법은 독특한 데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사람의 왕래가 많은 명동 서울YWCA로비에 테이블 한 개를 놓고 수시로 상점을 연다.
상품은 식료품에서 학용품·핸드백 등 때에 따라 다르나 Y회관을 조나드는 사람들이 손쉽게 사갈 수 있는 물건들을 진열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봉천동위원들이 직접 디자인해서만든 Y마크가 든 앞치마나 가방도 있다.
『처음 어린이 놀이반에서 어린이 들보는 일을 시작했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놀이반 운영을 위해서는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어요』
가난한 사람이 많은 봉천동에서 극빈자 자녀들을 맡아주는 어린이 놀이반은 봉사자들의「돌보아주는 일손」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모금도 가능한 방법의 하나이긴 하지만 거두어들일 수 있는 액수가 한정돼있다. 결국 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은 위원들이 직접 상점을 열어 그 이익금으로 정기적인 자금 지원을 하자는 것이었다. 서울YWCA회관 로비에서 수시로 여는 상점에서의 수익금으로는 어린이 놀이반에 나오는 어린이들의 점심식사나 기타 비용에 충당한다. 상점은 봉천동위원 몇 명이 번갈아 운영하고 있는데 전씨의 경우 한 달에 1주일 정드는 나와서 봉사하고있다.
며칠을 나와보지 않으면 혹시 어린이들이 점심을 거르지 않을까 걱정부터 된다는 것이 전씨의 말.
직접 제작한 물건과 생산공장에서 도매가격으로 사온 상품을 다른 곳보다 싸게 팔고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양을 소비할 수 잇다. 따라서 하루의 수익금으로 어린이 놀이반의 며칠분 운영비를 버는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진이 2%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날은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고 안타까와 한다.
그럴 매면 며칠이고 계속 나와 상점을 보게 된다고.
전씨는 66년 서울 Y의 주부클럽 일원으로 가입, 10년 전에 회원이 되고 6년 전부터 봉천동위원으로 자금마련 봉사를 하고 있다.
운수업을 하는 남편 안교학씨와 4명의 자녀가 있는 주부이지만 집안 일·못지 않게 봉천동의 어린이 놀이반과 골목도서관을 걱정하고 있다고 봉천지부 이옥녀 간사는 전씨의 열성스런 봉사정신을 말해준다.
주부가 사회에 봉사할 수 있으려면 우선 가족의 정신적인 후원이 필요한 것 같다는 전씨의 말. 다행히 전씨의 남편과 자녀들은 전씨의 사회활동을 적극 도와주는 편이다. 『꼭 해야만 될 바깥일이 있으면 그만큼 집안 일에 더 부지런해지는 것 같아요. 내 경우에는 Y의 일이 있는 날에는 아침부터 서둘러 집안 일을 다 처리해두고 나오게 됩니다』 봉사란 꼭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씨의 결론이다. <김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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