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끼는 우표-이수용(한국산악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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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른이 우표를 수집한다면 투기꾼인줄 안다. 우표가 나오는 날이면 장사진을 이루고 또 전지(25장)를 몇십 장씩 산다. 왜들 그럴까. 취미에서 돈이 나온다면 큰 착각이다. 즐겁게 사는 한방법인 취미로 돈올 벌려는 모양이다. 이것은 무의미하다. 재산적인 가치는 딴것에 비해 아주 작다. 그것마저 장 속 깊이 넣어 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소인이 찍힌 사용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그 장 속 우표를 꺼내어 이웃이나 친구 또는 해외 벗들에게 정다운 편지를 써서 그 사용제 또는 봉투를 수집하면 언제 보아도 추억도 있고 남들이 없는 것이 되니 더 값질 것이다.
인정은 오고가고, 인생은 즐겁고, 이것이 진정한 취미이며 수집가의 자세라고 생각된다. 또 국내우표만 모아보면 세계우표에 비해 그 수는 아주 보잘것없다. 세계를, 외국우표를 수집하자. 자기가 좋아하는 테마를 정하여 수집하면 무궁무진한 세계를 접할 수 있다.
나는 산을 좋아해서 산에 관한 우표를 10년 이상 모았다. 좋은 것, 별 볼일 없는 것 할 것 없이 모두 애착이 가고 뜻이 숨어 있는 우표들이다. 특히 이 우표를 나는 좋아한다. 우리나라「에베레스트」등정 기념우표. 나는 재빨리 정상을 정복한 고 고상돈씨의 사진을 구하여 대장 김영도씨의 사인과 함께 두 사람의 필적을 받아 광화문우체국에 달려가 기념일 부인과철인을 찍어 두었다.
불과 몇 년전의 일이지만 그분은 고민이 되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분이기에 그분이 내게 준 값진 선물이 되어버렸다. 이와 함께 정상등정 후 「네팔」에서 만들어낸 원정카드에는 고상돈씨와 셰르파의 사인이 있고 「에베레스트」8천8백48m라는 우표까지 붙어있는 데다 소인이 찍혀서 다시 만들 수 없는 기록적 가치가있다.
이 귀한 카드를 구했을 때 그 뛰던 가슴은 지금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언제나 구할 수 있는 미사용 우표보다 우표로서 활약을 다해낸 소인 찍힌 우표가 더 마음에 든다. 우표는 모으기만 하지 말고 앨범에 잘 정리하고 연구하고 더 구하려고 노력해야 재미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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