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수집-소인이 찍힌 게 더 가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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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러 가지 면에서 우표수집만큼 좋은 취미도 드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우표수집만큼 잘못 인식된 취미도 드물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우표수집은 외국과 그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외국은 대부분 성인 층이 우표수집취미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어린이 중심이다. 또 외국에서는 대부분 사용한 우표인데 반해 우리는 사용하지 않은 우표만을 찾는다. 새 우표가 나온다고 우체국 앞에서 어린이들이 밤을 새우는 소동도 다 그런 추세를 웅변해주는 양상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가운데는 새로 산 우표를 들고 일부러 우체국에 찾아가 소인을 받아오는 사람이 있을 만큼 사용된 우표가 더욱 대우를 받는다. 현재 매년 한번씩 열리는 「국제우표전시회」에 출품되는 우표들도 대부분 사용된 우표들이다.
잘못된 인식을 일깨우는 의미에서 우표수집의 강점에 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리해 본다.
▲우선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우표에는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고적·산업·동식물 등 여러 분야가 인쇄돼 있으므로 책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 우표수집은 세계공통의 취미이므로 국내외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외국어 실력도 높아질 수 있다.
▲정리하는 습관이 길러진다. 우표수집은 그 자체가 모은 것을 계통적으로 정리하는데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정리하는 습성이 몸에 배게 된다.
이밖에 우표에는 그 나라의 여러 가지 사정이 그대로 반영되므로 국제사정에 밝아질 수도 있다. 「저축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말고 앞서 말한 이점들을 목표로 우표를 수집해 가면 자연히 이뤄진다. 이런 이점들을 감안한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

<사용된 우표>
우표수집의 알파요 오메가다. 우선 집에 오는 편지를 뒤적여 수집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편지 쓰는 습관. 먼데 있는 친구나 친척에게 자주 편지를 띄우면 우표는 저절로 생긴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한 장의 편지를 주고받는 정이야말로 절실한 것이고 그것은 우표수집이 주는 빼놓을 수 없는 소득이다.

<새 우표>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놓칠 염려가 있는 우표를 수집하기 위해서 새 우표를 구할 수 있다. 우체국에 미리 돈을 맡겨두면 새 우표가 나올 때마다 등기우편으로 무료배달 된다. 이때 전지 같은 많은 우표를 살 필요가 없다. 전지는 인쇄연구가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몇 장만 사는게 좋다. 매년 1l월 체신부에서 다음해의 우표발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외국우표>
친구를 사귀는 것과 함께 그 나라 우표를 수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펜팔을 구하는 애로가 있으나 이미 펜팔을 하고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새로운 친구를 소개받을 수 있고 대상국가의 체신부에 편지를 띄우면 대개는 소개해준다.
그러나 펜팔만으로는 연평균 5천종 가량 발행되는 우표를 모두 수집할 수 없다. 여기서 필요한 게 국가별 또는 주제별 우표수집. 하나의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예컨대 불교·인물·풍경·명화·음악·미술·스포츠·꽃 등.
전문가들 가운데는 스포츠의 농구관계 우표만을 수집하는 사람도 있고, 등산이나 난 관계 우표만을 수집해 훌륭한 자기세계를 구축한 경우가 있다. 희귀성을 자신이 만든 것이다.

<우편인 수집>
우표에 찍힌 소인을 목표해서 수집하는 경우.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현재 이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연대별·지역별로 수집하는 경우도 있고 미니우체국의 소인만을 모으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연대별로 볼때는 발달과정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는 편지에 찍힌 소인은 불어로 돼있다. 1900년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한 직후다. 이때 왜 불어가 등장했을까. 그것은 당시 세계 열강들이 우리나라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프랑스」사람이 우리의 우편고문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친필수집>
현재 외국에는 붐이 일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태동기다. 타이프라이터나 인쇄가 발달하면서 특히 명사들은 친필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수집 붐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친필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현재 전국의 우표수집 동호인은 약50만명. 매년 10월 「전국우표전시회」가 체신부 주최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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