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청장이 손정의 회장 선영 벌초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강대식(55) 대구 동구청장을 비롯한 대구 동구청 간부들이 추석을 앞두고 오는 31일 하루 동안 벌초꾼이 된다. 동구 도동 향산마을에 있는 '일직(一直) 손씨' 문중 묘 20여 기가 대상이다. 손정의(57)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조상 묘소다. 강 구청장과 간부 10여 명은 손씨 문중 대표 5명과 함께 4시간 동안 벌초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손 회장의 증조부부터 10대조까지가 모셔져 있다. 손 회장의 아버지 손삼헌(78)씨는 선영에서 2㎞ 가량 떨어진 입석동 128번지에서 출생했다. 이후 손 회장의 할아버지 손종경(1968년 작고)씨를 따라 1940년 일본으로 가 규슈(九州)에 정착했다. 손 회장은 규슈에서 태어났지만 뿌리는 향산마을인 셈이다. 그는 미국 유학 전인 1972년 할머니와 함께 향산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동구청이 손 회장 조상 묘소를 벌초하는 것을 올해로 4년 째다. 2011년 전임 이재만(55) 구청장 때 시작됐다. 이유는 따로 있다. 손 회장이 소식을 듣고 대구 동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에 투자해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손 회장은 한국에 벤처투자회사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를 세워 모바일 게임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벌초지만 향산마을의 손 회장 문중도 반겼다. 남은 친척이 대부분 고령이어서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구청은 또 손 회장의 이름을 내세운 관광 마케팅도 계획하고 있다. 향산마을이 손 회장의 뿌리라는 점을 부각시켜 이곳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 1호 측백나무 숲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명사 마케팅(celebrity marketingㆍ유명인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동구청은 손 회장이 향산마을을 방문할 경우 진입도로인 ‘측백로’ 이름을 ‘손정의로’로 바꾸고, 그의 삶을 적은 안내판을 내건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강 구청장은 “손 회장을 초청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