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 된 '19금' 성인인증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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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온라인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19금(禁) 콘텐트’를 이용할 경우 만 19세 이상 어른의 본인 확인 주기가 ‘로그인할 때마다’에서 ‘연 1회 이상’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 원칙이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가부는 24일 “로그인해 처음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이용할 때마다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제도 적용방식을 지난 20일부터 ‘연 1회 이상’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심의·결정한 영화·비디오·음반 등에 적용된다.

 본인확인제도는 2011년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시행 후에도 업계는 “로그인할 때마다 성인 인증을 요구하면 불편을 느낀 국내 성인 이용자가 이탈하고 기업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로 적용을 미뤘다. 한 명이 인증할 때마다 20~40원이 든다. 유튜브에서는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해당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은 형평성을 내세워왔다.

 여가부는 이 같은 논란에도 최근까지 줄곧 기존 입장을 지켜왔다. 지난 4월 법제처가 “로그인 상태가 갱신될 때마다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은 만큼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21일부터 음원 스트리밍(음성·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업체를 포함해 기존 방법(로그인할 때마다 인증)을 업계에 본격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불과 하루를 앞둔 20일 열린 간담회에서 여가부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인증 방법을 기업에 유리한 ‘연 1회 이상’으로 갑자기 대폭 후퇴하기로 했다. 당초 20일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성벽 여가부 청소년매체환경과장은 “업계의 어려움과 이용자의 불편을 고려해 제도 적용방식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해명했으나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은 이유가 명쾌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여가부의 원칙 없는 행태가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승진 건전미디어시민연대 대표는 “연 1회의 성인인증은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생색내기용”이라며 “일부 사이트만 ‘막고 보자’는 식의 규제가 아니라 교육 등 다방면의 청소년 보호 장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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