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당직자들, 정대철 대표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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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가 18일 광주.전남의 시.도지부 당직자들로부터 '고언(苦言)'을 들었다. 이날 광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다. 鄭대표는 최근 '호남소외론'이 불거지자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첫 발언자인 전남도지부 조재근 감사국장은 "우리는 대선에서 모든 것을 바쳐 '올인'했는데 돌아온 것은 충격과 공포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기상악화로 鄭대표가 탄 여객기가 광주공항 상공에서 50여분간 선회한 것을 두고 "당 지도부에 대한 호남 민심이 날씨에 반영됐다"고도 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호남을 고립시켜 영남표를 얻으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략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전략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 광주시지부 간부는 "동네병원에 갔더니 별 게 아니라고 했는데 8개월 지나 종합병원에 갔더니 암이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며 "호남 민심이 이상조짐을 보일 때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구주류 다툼에 따른 분당(分黨)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컸다. 전남도지부의 한 당직자는 "정당 생활 20년에 지금처럼 불안한 적이 없다"며 "분당이 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스럽다. 제발 화합해 달라"고 호소했다.

鄭대표는 "대선 직후 당 개혁과정에서 화살을 우리 자신에게 겨눴다는 점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같은 사람들끼리도 화목하지 못해선 안되고, 화목하되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당의 단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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