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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건축업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부실연립주택업자의 무더기 검거현상은 먼저 직업의식문제를 생각게 한다.
어느 직종, 어느 기술분야에 종사하든지 거기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게 마련이다. 또 이 자부심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만 최선의 생산물이 우리의 공동사회에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일부 악덕주택업자의 행태는 직업의식이나 직업윤리는 아예 외면하고 타인의 약점을 악용해서 모리에만 급급해하는 비 양심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이 일종의 사술을 펼친 대상은 누구인가.
바로 가장 재력이 약한 무주택서민이 대부분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택난으로 인해 좀더 주택가격이 낮은 집단주택을 선택한 서민계층이다. 정부당국도 이들을 위해 연립주택 같은 집단주택건설을 권장하고있다.
이러한 정책이나 실수요자의 다급한 사정을 틈타 부실공사를 하거나 설계 바꿔치기·이중분양 등을 하는 행위는 부도덕한 상행위 이전의 사회악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기회에 부실연립주택건설업자뿐 아니라 전반적인 부실공사문제를 깊이 있게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건축분야는 물론이고 일반적으로 각종 직업에 종사하는 직업인에겐 이른바「장이(장인)의 기질」이란 것이 있다.「장이의 기질」이란 자기가 만들어내는 모든 생산물을 단순한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정혼을 쏟아 부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려고 한다.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품질관리는 이 기질이 충분히 투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집을 짓는데도 설계대로 충실하게 재료를 다 써서 하되 완공기일을 앞당긴다든 가 양산을 함으로써 공비의 절감을 기하는 것이 정도다.
날림공사(jerry-building)·눈가림건축을 자행하여 부담한 이익을 탐하는 것은 도의적인 차원에서 타기 해야할 몰염치한 짓이기도 하며 자원의 낭비를 불러와 국민경제에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도 유발한다.
날림공사로 건축물이 곧 못쓰게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원을 허비한 결과만 낳을 뿐이 아닌가.
그에 더하여 불량주택은 이윽고 도시의「슬럼」화까지 일으켜 여러 가지 사회문제도 불러오게 된다.
그러므로 「장인의 기질」을 살려 조그만 건축물이라도 만족할만한 물건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택건설의 효율화를 기하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주택건설촉진법에 하자보수의무를 철저히 규정하여 불량주택의 건설을 막아야한다.
현행 촉진법이나 시행령에는 이 의무규정이 없어 관례를 원용하고있는 실정이나 명문화하여 사후대책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또 건축물의 중간검사·준공검사에 건축사가 관여토록 되어있지만 소규모 주택공사에는 형식상 있을 따름이지 거의 실효가 없다시피 되고 있다.
특히 연립주택건설 등 자가건축이 아니고 전매를 목적으로 주택을 지을 때는 관계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날림공사를 방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택업자의 양식이다.
이번에 검찰에 의해 적발된 악덕시공업자들은 모조리 범법행위를 하고있으므로 이 같은 상도의의 타락 앞에는 별다른 대응책을 찾을 도리가 없다.
면허기준을 강화한다해도 타인명의의 면허를 빌어 쓰는 사례까지 있는 형편이므로 부정을 저지를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직업윤리의 부재다. 그러나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룩될 일은 아니며 우선 당국의 책임 있는 사후관리만이라도 철저히 이행되어야할 것이다. 생활의 기틀인 주택하나 제대로 지을 수 없는 세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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