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춘편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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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산마루에서
솔내 더 싱그럽고
빛도 여문 꽃 봄인데
날이 선 칼바람이
또 한 차례 불어 온들
이 알몸 벼랑에 서서
가슴을랑 못 열 건가.
2.누이
조촐히 차린 점심
더운 쑥국 냉이나물
수복 무늬 백사발에
살찐 낮달 둥실 뜨고
보내는 입술 언저리
참꽃 꺾어 벙글더니.
3.목련
내 잠뿌리 다 허는
소쩍새 뼈 울음소리
하늘 섬겨 불을 밝힐
청상의 저 여자가
갑자기 곁에 다가와
속옷 벗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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