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묘방은 없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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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빛이 강하면 그늘이 짙다. 우리 경제의 불황의 침체상이 워낙 심했었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경기회복에의 기대도 또한 그 만큼 크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그러한 기대 속에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시책에의 깊은 관심과 성화도 「인플레이션」의 재연을 두려워하는 나머지 모두 꾹 참고 묵묵히 정부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 나라 경제의 경기회복은 아직은 전산업과 경제 전반적인 현상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그 회복세마저도 극히 완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경기예고지표(WI)는 작년 5월에서 10월까지의 6개월에 걸친 바닥선인 0.4에서 11월 0.5, 12월에는 0.1「포인트」가 늘어난 0.6으로 올랐으나 올해 1월에도 계속 0.6을 보여주어 지표상으로는 뚜렷한 경기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 경제기획원과 한국개발 연구원에서 공동 작성, 발표한 경기종합지수(CI)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으레 전부터 미국을 위시한 OECD제국에서 사용해온 이 경기종합 지수는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 나라에 도입된 것으로 19개 대표계열을 경기선행지수·동행지수와 후행지수의 세 가지로 종합한 경기판단지수다. 이 경기종합지수에 의하면 경기회복의 전망이 그렇게 빠르고 밝고 확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 없다.
최근의 경기변동 추이를 가장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 생산·고용·유통부문의 동행지표로 볼 때 대체로 지난해 6~9월을 전환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으나 제조업 취업은 아직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산업의 생산과 출하가 다소 늘고는 있으나 그간 놀려둔 공장을 돌리거나 조업단축을 정상화함으로써, 즉 공장가동률을 올림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지 본격적으로 새 공강을 지어 새로운 고용이 크게 늘어나서 생산이나 출하가 증가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경기 선행지표는 문자 그대로 경기를 앞장 서서 움직이는 지표들로서 수출실적·수출 신용장·수입·건축허가 면적·제조업의 입직율 등 9개 부문의 동향을 망라하고 있으나 수출이 지난해 5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우리 나라 경기회복의 주도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이 정도의 경기 수준을 유지시켜 온 주인공이다. 재고율·기계수주·수입인허 발급액·제조업 입직율 등은 대체로 9월 이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지표는 건축허가면적으로 지난해 초부터 올해 1월까지 계속 떨어지고만 있어 통화와 더불어 올해 1월에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저조한 우리 나라 기업의 투자의욕과 민간 주택건설의 부진상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
후행지표는 4~5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기를 뒤쫓는 지표로서 먼저 내구재 생산과 기계 수입이 함께 올해 1월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나 단위 노동비용·은행시설 자금대출 등은 아직도 그렇지 못하여 본격적인 경기회복에는 시간이 좀 더 있어야 된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투자의욕이 이토록 저상된 경제로 하반기의 지속적인 수출신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 공급되기 시작하고 있는 통화가 수요로 나타날 때 새로운 「인플래이션」없이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생산능력의 배양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등이다.
안정론을 앞세운 그간의 긴축정책이 절대적인 「인플레이TUS」 정지도 가져오지 못했다면 오늘 정도의 「인플레이션」의 둔화를 얻게 된 때 국제 경제정세의 추이를 잘 살펴 우리로서 필요로 하는 자원·자금·식량 등의 조달공급 가능성이 가장 클 때 기업·근로자, 그리고 온 국민이 절약과 저축으로 투자를 크게 진작시켜 우리 경제를 다시 성장의 본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본다.
고물가, 저성장, 생산성 저조, 재정팽창과 재정경직성 등 여러 면에서 우리 나라 경제와 흡사한 점이 많은 미국 경제가 최근 정책적 일대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조세감면, 정부지출 삭감, 정부규제의 완화 등과 이자율 인하책으로 민간기업의 투자를 진작하고 그를 통한 고용기회의 창출로 성장을 되찾아 다시 전진하는 한국 경제가 될 수는 없을까 하고 공상에 잠겨본다. <필자=경박·입법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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