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와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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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제36회 근로자의 날을 맞아 우리는 새로운 노사관계및 확고한 직업관의 정립을 위한 자세를 음미하게된다.
그동안 정치·사회의 불안 정,경기침체와「인플레이션」의 심화등으로 온 국민이 생활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정액소득자인 근로자의 고통은 한층 심했다.
경제개발을 추진해온 역군으로서 근로자가 우리 경제에 기여한 공로가 큰데 비해 돌아온 보수가 적었던것도사실이다.
이런 현실은 근로자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에 대한 괴의를 끊임없이 불러일으켰으며 근로자의 의식구조마저 흔들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가어렵다.
일례로 작년초에 서울대사회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전국주요공단과 광산근로자들의 직업의식을 보면 경제발전공헌도는 높은 반면 사회적지위나 대우는 매우 낮아서 불만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한편 새로이 사회에 진출하는 청소년들은 직업선택의 요건으로 능력과 적성의 발휘를 첫손으로 꼽는 양식을 피력하고 있으면서도부친의 직업은뒤따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향이있음을 알리는 보고서도 있다.
또 총리실기획조정실이 작년에 조사한 근로청소년 의식구조에 의하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맡은일을 충실히하여 국민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생각을 갖고있지만 임금이 낮고 여가시간이 부족한것이 나쁘다는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로자들의 느낌을 뒤집어보면 거기에는 건전한 요소들이얼마든지 있음을 발견할수도 있다.
근로자 자신의 지위향상을 위해 꾸준히 자기개발을 하고있다는것,근로행위가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것이다.
이와같은 우리 근로자의 성실한 직업관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그것은 두말할것도 없이 근로자의직장귀속의식이 투철하다는데서 나오는것이다.
우리의 직업조건은 별다른 약정을하지 않아도 거의 종신고용제로 되어었으며 일단 직장을 선택하고나면 기업과 근로자가 공동운명체로 결합된다는것을 스스로 알게 된다.
이점이야말로 한국 일본 대만등에서 독특한 동양적 기업운영을 가능케하는 강력한 원동력인 것이며 서구의 선진기업들이 높이 평가해 마지않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강점을 살려원만한 노사관계를 세우고 유지하여기업의 번영이 크게는 국민경제,작게는 내 가정의 윤택과 직결된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한다.
일부 노사분규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심지어는 기업의 시설을 파괴하는 무모한 행동이 없는것도 아니었지만 기업활동이 마비되도록 분규가격화한다면 기업의 운영난뿐만 아니라 일할 자리마저 잃게됨으로써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오고 마는것이다.
그러잖아도 작년의 경제적 난국으로인해 80년중 실업율은 5·2%로75만명이 실직하여 79년의 3·8%,54만명에 비해 고용사정이 악화되고있다.
다행히 금년초부터는 섬유·전자등 노동집약상품의 수출이 호조를 띄어 고용의 개선이 이루어질 전망이므로 이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노사협조가 절실히 요청된다.
외국의 근로자는 주35시간내지 40여시간을 일하는뎨 비해 우리는 50시간을 근무할만큼 왕성한 노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남이 놀때 우리는 열심히 일함으로써 기업활동의 극대화를 가져오고 취업기회를 더많이 만들며 국민소득도 늘려야한다는 근로의욕이 뒷받침하고있다.
이 근로의욕이 곧 생산성향상과 품정관리로 이어진다면 한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은 얼마든지 강화될수 있을것이며「인플레이션」의 수습도 기약할수가 있다.
그러면 근무환경도,정금체계도 나아지게된다.
「근로자의 날」은 기업과 근로자가 더한층의 분발을 다짐하는 뜻을 다시한번 새기는 날이 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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