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빗이끼벌레 인체·수질에 무해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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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강 등 4대강을 비롯한 전국 하천과 호수에서 크게 번식한 큰빗이끼벌레가 인체에 독성이 없고, 사체가 분해돼도 수질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별로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22일 한국하천호수학회(회장 김범철) 주최로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14 담수태형동물 국제 세미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큰빗이끼벌레가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태형동물은 담수에서 자라는 이끼 모양의 동물을 말한다. 태형동물의 일종인 큰빗이끼벌레는 미끈미끈한 덩어리로 나뭇가지·돌 등에 붙어 자란다.

47년 동안 태형동물을 연구해온 미국 브리오(Bryo)테크놀로지 사의 티모시 우드 박사(72·전 라이트 스테이트 대 교수)는 "태형동물 종(種) 중에 물고기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지만 큰빗이끼벌레가 사람에게는 독성을 지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드 박사는 "큰이끼벌레는 무게의 99%가 수분이기 때문에 죽어 썩더라도 물 위에 뜨기 때문에 산소를 고갈시키지 않고, 암모니아를 배출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대 히로세 마사토 교수는 "일본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1972년 처음 발견됐지만 독성이 없고, 수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은 아니다"며 "수중 펌프 등을 막아 장애를 일으킬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과 무관하게 과거 19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에 한국에 유입돼 1990년대 중반에 전국적으로 이미 확산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석대 서지은 교수는 "1994~95년에 언론에서 팔당호와 대청호 등에서 잇따라 발견됐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지면서 큰빗이끼벌레 번식에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주기재 교수는 "유속이 초당 5~10㎝일 때 잘 자라는 것 같다"며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금강의 유속이 보 건설로 인해 초당 21㎝에서 5㎝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충남대 안광국(생물과학과) 교수는 "올해 비가 많이 오지 않은 자연적인 조건에 보 건설 같은 인위적인 요인이 겹쳐 큰빗이끼벌레가 크게 늘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드 박사는 "큰빗이끼벌레는 물속 생물체를 여과해서 먹고 산다"며 "럭비공 크기의 큰빗이끼벌레 덩어리가 하루 걸러내는 물의 양은 12L 정도"라고 말했다. 남조류도 걸러 먹을 수도 있지만 낙동강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커 큰빗이끼벌레가 걸러먹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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