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감-사치 풍조가 사라져간다|시세와 예식장 비용 등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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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혼수감을 장만하는데 간소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호화판 혼수감이 문제돼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불경기로 혼수를 마련하는 사람 스스로 간소하게 차리는 경향이 널리 번지고 있다. 봄철 결혼 「시즌」을 앞두고 각종 혼수감과 예식 비용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15∼20% 정도 올랐다고는 하나 워낙 경기가 없자 일부 업자들은 「덤핑」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곧 결혼하는 사람들이 주로 싼 물건을 찾기 때문인데 확실히 혼수감 호화 「무드」는 많이 퇴색했다고 혼수감 상인들은 말한다.

<가구류>
재작년까지만 해도 9자짜리 나전칠기·자개장 같은 것들이 많이 나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8자 두쪽자리 「티크」 장롱이 많이 나가 소형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격은 「티크」8자짜리가 30만∼45만원, 9자짜리가 35만∼60만원, 나전칠기 9자짜리는 50만원 이상을 훗가하나 워낙 불경기인데다 고급품일수록 나가지 않아 투매가 일고 있다.
화장대·장식장도 각각 8만∼20만원씩 하나 10만원 안팎의 「티크」제가 잘 팔리는 편. 이밖에 식탁은 4인조가 의자까지 끼워 10만원선, 6인조는 15만원 선이며, 응접 「세트」는 15만∼30만원 정도면 중간치는 살 수 있다.
가구 업계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 건축 불경기, 가구의 소형화 추세로 타격을 받아 여러 업체가 도산했으나 앞으로도 결혼 비용 간소화 추세 때문에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패물>
재산이 좀 있다하면 「롤렉스」「오메가」 시계에 「다이어」 반지쯤은 장만해야 하는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패물을 준비하는 풍습도 크게 바뀌었다.
우선 3푼에 65만∼70만원씩 하는 「다이어」는 너무 부담스럽게 받아져 돈쭝 당 5만원씩 하는 황금이나, 7만원씩 하는 백금 반지가 많이 쓰이고 이보다도 돈쭝에 3만4천원씩 하는 「화이트·골드」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화이트·골드」는 합금으로 팔 때 값을 적게 치는 단점이 있으나 모양이 깨끗해 비싼 패물의 대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시계도 부담스런 「롤렉스」「오메가」보다는 10만∼15만원 하는 것들이나 3만∼5만원씩 하는 전자 시계가 애용되고 있다.

<예식장>
예식장도 종전에는 교통이 편리하다고 해 도심지 예식장을 쳤으나 요즘에는 변두리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
서울 도심의 예식장비는 식장비·사진 값·폐백 비용·「드레스」 값 등을 합쳐 20만원 가까이 된다. 그러나 변두리의 경우 10∼20%정도 싼 편. 게다가 작년 7월 이후 토요일에는 서울 4대문 안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금지시켜 변두리 식장 결혼이 늘었다.

<예복>
남녀 예복도 사치 풍조가 많이 사라진 편. 서울 동대문 시장 관련 상가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옷감·이불감을 살 때 몇벌씩 준비하기가 일쑤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크게 양상이 바뀌어 눈에 띄게 간소화했다는 것이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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