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생 수준 덜어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학창생활이 알찬 것을 외국에 가서 알았습니다.』
전국 30개 대학에서 뽑은 대학생기자단 44명(중앙일보선발)은 지난달 10일부터 15일 동안 자유중국「홍콩」「필리핀」3개국을 방문, 첫 해외나들이를 하고 돌아왔다.
이들이 본 외국문물은 국립정치대학을 비롯, 4개 대학과 고궁박물관·장개석총통기념관 등 대만에서 17개소, 「홍콩」의 만국공원· 「홍콩」대학, 「필리핀」의 성「토머스」대학·민속촌·국제미작연구소 등 30여개소.
만난 외국대학생들은 모두 5백여명. 이들과 함께 경치·경제·사회·문화 등 광범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은 첫 해외나들이에 시야가 넓어진 것도 유익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외국학생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큰 수확이라고 했다.
전병헌군(24·고대 정외과 4년)은 「필리핀」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눈 뒤 생각이 어른스럽고 논리정연하다는 칭찬을 받았다며 자랑.
최현옥군(24·숭전대 영문과 4년)은 남쪽나라들의 독특한 생활양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미술을 전공하는 반혜영양(23·충북대 미술교육과 3년)은 『자유중국 고궁박물관에 진열된 엄청난 중국예술품을 보고 그 장대함과 깊은 예술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사 갖고 온 중국예술품화보책 20여권을 소중스러워했다.
박은순양(23·이대 영문과 4년)은 『외국여대생들은 거의 화장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옷차림도 순수하고 단정했다』며 우리나라 여대생들의 사치성향을 부끄러워했다.
이들이 사용한 공식여행비는 1인당 17만원정도. 이밖에 개인적으로 8백「달러」(52만원)∼1천「달러」(65만원)정도의 용돈을 갖고 가 조그마한 선물이나 전공서적 등을 사는데 썼다.
자유시간인 저녁이 되면 남학생들은 주로 외국대학생들과 어울려 값싼 술집을 찾아 정겨운 대화를 나눴고 여학생들은 「호텔」로 찾아온 그 곳 여대생들과 정담을 나눴다.
학생들은 『우리들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동남아의 대학생들은 우리보다 훨씬 개인적이며 출세 지향적인 경향이 우리보다 짙은 것 같다』고 지적하고 『외국대학생을 잘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장래성도 있고 생활에 생동감도 있으니 어른들이 너무 일방적으로 나무라기만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바람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