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노동자운동|소에도 번질 것인가|독 슈피겔지, 「모스크바의 봄」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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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이 가장 우월한 사회제도라고 지금도 다른 나라에 강요하려는 그들의 공산주의는 지금 어느 시점에 와 있는가.
소련국민이 의식주의 기본적인 생활에서 자본주의 국가에 뒤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에게 우월한 게 있다면 맹목적인 공산주의이념과 군비로 무자비하게 펼치는 팽창주의의 기술이다. 기본적인 생존권요구에 대해 그들은 예외없이 경찰국가적 폭력과 필요한 경우 외국군의 투입을 서슴지 않고 탄압해오고 있다. 가까이는「아프가니스탄」개입에서 멀리는 「체코」「헝가리」「폴란드」개입이 그 좋은 예다.
공산체제의 허구성을 최근에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는 「폴란드」사태. 20년 전에 80년대에는 미국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약속했던 소련에서 현재 생필품을 사기 위해 노동자들이 줄지어 서는 것은 「폴란드」와 다를 바 없다. 소련시민들은 그들의 보도매체를 통해 「프랑스」어민들의 「스트라이크」,「엘살바도르」노동자들의 파업은 알지만 형제국 「폴란드」 노동자의 파업은 물론 자기 나라의 형편은 더욱 알 수 없다. 그러나 소련이 「유럽」에서 가장 반동적이고 전제적인 국가라는 것을 그들이 알 날도 멀지 않다.
68년 좌절된 「프라하」의 봄은 소련사회주의체제에 대한 경고였다. 「체코」시골 당 간부인 무명의「두브체크」가 경제파탄을 몰고온 당 지도부에 대해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하는데 1주일이면 족했다. 이때 「두브체크」는 국민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려 했을 뿐「사회주의」 체제에도「바르샤바」동맹에도 반기를 들지 않았다.
그러나 소련은 이를 무력으로 분쇄, 똑같은 현상이 자국에 번지지 않도록 단속했다. 그 결과 남은 것이 무엇인가. 「프라하」의 경험을 살려 단계적으로 체질을 개선했던들 지금 「폴란드」에서와 같은 곤욕을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구의 형제국이 경제적 곤궁에 빠질 때마다 소련은 임시방편으로 막대한 경제원조를 퍼부었다. 그러나 사태가 호전되기는 커녕 경제적 압박은 더욱 심화될 뿐이었다.
이는 소련식의 공산주의 체제가 구조적으로 모순투성이임을 드러내주는데 지나지 않는다. 「폴란드」「유고슬라비아」「루마니아」북괴 등에 서구국가까지 경제원조를 해도『밑빠진독에 물붓기』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사회주의」를 표방하다 서구에 눈을 돌리고나서 경제적으로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나라를 흔히 볼 수 있다. 「버마」「포르투갈」「아프리카」의 몇 몇 나라가 그런 류에 속한다.
그토록 광대하고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농업인구를 가진 「사회주의 낙원」 소련이 수백만의 곡물을 자본주의 국가에서 수입해야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련보다 더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폴란드」노동자에게 소련이 경제윈조를 할 만큼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가.
소련의 이곳저곳에서 오래전부터 노동자들이 고기와 「버터」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있다는 소식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련에서 이 노동자들이 「폴란드」에서처럼 전국적인 총파업위협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공산국가라면 「체코」「아프가니스탄」식의 해결방법이 있겠지만 어느 나라「탱크」가 진주할 것인가.
현재 소련을 위협하는 것은 자본주의국가의 군사위협도 아니며 그들의 경직된 체제, 국민들의 소비욕구를 짓누르는 군비우선의 산업구조에 있다. 빵보다는「사회주의 형제국」에 개입하는데 쓰일「탱크」를 더 만들어내는 경직화된 체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소련경제가 파탄할 날은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럴 경우 군부 「테크너크래트」들이 등장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는 소련국민 자체의 위험일 뿐아니라 서방의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금의 소련체제가 급격히 와해되기 보다는「모스크바」에 봄이 찾아오는 것이다. 지금 소련 어디엔가 「체코」의 「두브체크」와 같은 인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독 「슈피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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