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들의 학구열이 높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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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0대 여성들의 풍속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복부인」「주부도박단」등 좋지 않은 「이미지」로 대표되던 40대 여성들이 최근 「아카데미」한 쪽으로 관심을 쏟고있다.
이 같은 성향이 처음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77년 박물관대학 수강생모집 때부터. 처음에는 이런 현상을 놓고 갑자기 일기 시작한 미술「붐」을 타고 「투기에 이용하려는」한 방편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주부들의 박물관대학에 대한 열의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 2, 3년 전부터는 대학원 또는 연구과정에 진학하는 40대가 심심찮게 줄을 잇고 있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화여대대학원의 경우 현재 학생 6백45명 중 11명이 40대 여성이며 금년 대학원지원자 8백41명 중 40대가 7명이나 끼여있다.
숙명여대대학원의 경우도 마찬가지. 81년도 석사학위취득자중 40대 여성이 4명이 들어있었고, 올 입학정원 3백90명 가운데도 3명이 입학했다.
숙대대학원 교무과 이병연씨는 『2, 3년 전부터 40대여성의 대학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으며 이대대학원 교무과 김정애씨도 『금년도 대학원신입생의 40대 진출은 예년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학술적인 분위기에서 더 배우고 싶다』는 40대 여성들의 욕망이 단적으로 표현된 예는 현대미술 「아카데미」수강생모집에서 찾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부실 현대미술관회가 올해 처음 시도한 이 현대미술 「아카데미」에는 1백명 정원에 7백37명이 물려들었는데 이중 60%가 40대 여성인 것으로 김윤순씨(현대미술관회총무이사)는 분석했다.
현대미술 「아카데미」에 등록한 황미아씨(40)는 『막내가 국교4학년으로 이제 다 컸고, 나이가 들어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면 따분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 노후를 준비하는 뜻에서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황씨는 또, 흔한 미술학원과는 달리 신뢰할만한 기관에서 착실하게 짜여진 강의내용을 토대로 지도하기 때문에 이곳을 택하게됐다고 덧붙인다.
이대대학원에 재학중인 최영자씨(42·체육학)는 『투자를 해서 장기적으로 즐거움과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찾자는 생각에서 대학원을 진학하게 됐다』면서 『교과과정이 17년 전과는 크게 달라져 당황했고 주부라는 입장에서 시간을 쪼개 써야한다는 어려움도 컸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라 너무 즐겁다』고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일철교수(서울대·사회학)는 『전반적으로 여성은 입안에 있어야한다는 과거의 의식이나 사회규범이 변화하는데 토대를 두고 사회적인 활동을 하기 이전에 하나의 「독립인」으로서 자리를 확립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 강화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교수는 사회구조가 점차 전문화돼 갖가지 다양한 활동이 나타나며 여기에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 큰 변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규환교수(이화여대·교육학) 역시 『현대는 고도의 지식을 원하는 지식·정보사회이므로 현대발전의 추세 하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변상』이라고 말하고 『특히 대학원진학의 경우 체계적인 학문연구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사회현실 또는 생활에 직접 관련된 학문이나 기술을 연구하는데는 일반학생보다 이해가 빠르다』고 평한다.
그러나 이처럼 고조돼가는 40대 여성들의 학구적 관심을 이끌어 줄 성인교육기관이 너무 빈약한데 문제가 있다. 국립극장 등 공공문학기관 등에서 부설강좌를 마련한다거나 대학자체의 문호개방 등 성인교육의 터전이 하루빨리 마련돼야할 것 같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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