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거제 공무원 "열차 달리고 주점 늘어선 마산은 신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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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당시 거제군이 펴낸 ‘시찰일기’ [거제시]

1910년대 경남 주요 도시의 문화·산업·경제 수준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 나왔다.

 거제시는 1911년 8월 7일 거제군이 펴낸 책자 형태 기록물인 ‘거제관광단 시찰일기’ 번역본을 펴냈다고 21일 밝혔다. 이 책은 당시 거제군 공무원과 면장 등 23명이 1910년 8월 11~19일 9일 동안 통영·진주· 마산(현 창원) 지역을 견학하며 느낀 내용이 담겨 있다. 시찰일기는 가로 17㎝, 세로 24㎝ 크기의 79쪽이다. 한지에 한자와 한글로 인쇄했다..

 시찰일기에 따르면 이들은 첫날 배를 타고 통영에 도착했다. 이어 포구 주변에 증기로 움직이는 방앗간에서 일본 관리인으로부터 방아 기구의 사용법을 듣고 “엄청난 작업 효율에 깜짝 놀랐다”고 적고 있다. 또 진주로 이동한 뒤 “진주를 둘러싼 것은 모두 산이요. 평평한 것은 모두 큰 길 같더라”며 당시 도청 소재지 진주에 대한 첫 인상도 담았다. 이들은 진주에서 국내외 물품을 전시한 ‘물품진열관’을 본 뒤 ‘공업실업학교’에서 누에 부화를 보며 양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고추·토마토·가지·호박·수박 등이 자라는 종묘장도 관람했다.

 8월 15일 진주를 떠난 이들은 16일 진해를 거쳐 신마산항에 도착했다. 마산 역시 신세계였다. 일행 중 10명은 마산 방문 기념으로 직접 이발까지 했다. 이들은 시찰일기에서 “마산은 갖가지 주점이 시가지에 빽빽이 있더라. 기차가 달리니 유성과 질풍도 미치지 못하는 듯하고, 전선이 공중에 겹겹이 설치되어 새가 쉬어가고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듯 하구나”라고 적었다.

 당시 거제군에는 8200여 가구, 4만3360명이 살았다. 군민들을 대표해 견학에 나섰던 거제관광단은 19일 거제로 돌아와 성대한 환영식에서 ‘대한 만세, 거제 만세’를 세 번 외치고 해산했다.

 구훈민 거제시 행정과 기록연구사는 “시찰일기는 거제가 고향인 신삼생(76)씨 어머니가 아궁이 불쏘시개로 쓰일 뻔한 것을 보관하다 아들 신씨에게 넘겼고, 신씨의 친구인 김백훈(76) 전 거제종고 교장이 거제시에 기증하며 책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번역본 내용을 시정 소식지에 연재하고 시 홈페이지에도 소개한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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