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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의 성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윤상군 유괴범의 정수를 알수있는 유일한 단서는 그 목소리다. 가족들은 다행히도 협박전화룰 녹음해 놓았다. 이웃 일본만해도 그것을 귀중한 실마리로삼을수 있을텐데, 우리의 과학수사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사람 목소리는 나이에따라 변한다. 후두에서만 나오던 유년시절의 목소리가 변성기를 지나 청년기에 접어들면 폐에서나온다. 이때 비로소 개인별 목소리의 특징이자리잡게 된다.
목소리의 특징에 관한 연구는 엉뚱한 동기에서 시작됐다.
2차대전중 미군은 독일차의 무전을 도청하면서 어떻게 하면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내나 고심한 끝에 「아메리컨」전화회사 부설「벨」연구소에 그 연구를 의뢰했다.
「벨」연구소는 목소리의 진동을주파수로 기록해본 결과 사람마다 고저가 다르며 이것은 후두와 입은 물론 혀·이·코의 생김새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히 자음보다는 모음을 발음할 때 개인별 특징이 현명한것도 드러났다.
1962년 「벨」연구소는 이 연구를 토대로 2만5천건의「데이터」를 분석, 97%를 적중시켰다. 그래서 지문처럼 목소리도 제각기 틀리다고해서 성문이라 부르게 됐고, 이것은 범죄수사에도 응용돼 용의자와 범인의 것이 같은지를 조사하는 것이 성문감식이다.
이 성문감식은 일본에도 전파돼 지금까지 2백수십건이 감정됐으나 1건의 오차도 없었다. 특히 석달전에 일어난 여대생 「사유리」양 유괴살해사건의 해결은너무나 유명해서 범인의 키가 크지 않다는 것까지 맞혔다.
목소리의 고저 진폭을 기록하는 방법은 이미「사운드·스팩트러그래프」(음자분광기)가 발명되면서부터 시도됐다. 「피아노」건반 한가운데 있는「도」를 두드렸을 경우 주파수 2백56 「사이클」의 진동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한「옥타브」높은「도」를 치면 5백12「사이클」, 왼쪽으로 한「옥타브」낮은「도」를 치면 1백28 「사이클」이다. 사람은 보통얘기할때 남자는 80「사이클」, 여자는5백「사이클」(서양인표준)을 내지만 노래할 때는 이 음역이 크게 넓어진다.
전화기나 녹음기가 종류별로 일정한 음역만 전달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즉 지극히 낮은 음이나 굉장히높은소리는 수용할수없다는얘기다. 「오디오」광들이 「고성능」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상군 가족이 녹음한 여자의목소리는 전화에서 다시 녹음기르 옮겨진 것이니까 음질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경우에드 음색, 즉 목소리의 특징은 가전하는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잘 보관했다가 용의자가 검거되면 성문감식을 의뢰해 보는것도 과학수사의 한 방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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